교사를 교사답게 하는 방법(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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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무원의 근로 3권 제한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전교조의 합법성은 최종적으로 차단되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생각할 일은 지난 전교조 사태의 악몽을 되살리는데 있지않다.
전교조식의 정치투쟁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안에서 교육적 방법으로 교육의 현안을 푸는 방식은 과연 무엇이고 누가 그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느냐는 문제다.
전교조 사태가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교육현장이 흔들리게 될만큼 급박할 무렵,당시 일치된 의견은 교사는 노동자일 수 없고 교육의 문제를 투쟁의 대가로 쟁취할 수 없으며 법의 테두리 속에서 교사를 교사답게 하고 교육을 교육답게 해야한다는 것이 수렴된 여론의 방향이었다.
이러한 여론의 지지속에서 마련된 법안이 「교원 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이었고 이미 1년전 이 특별법은 국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이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교원의 처우개선·근무조건 및 복지후생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섭협의권을 교원단체에 부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교원단체에 교섭협의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다시금 전교조 같은 법외단체의 투쟁전철을 밟지않고 교육의 문제를 교육현장의 교사단체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꼭 필요한 조처다.
그러나 교원지위법이라는 기본법이 통과된지 1년이 넘도록,교육부와 한국교총이 최종합의를 끝낸지 6개월이 넘도록 후속법규의 제정이 없어 법의 가시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후속법규의 제정과 교섭협의를 위한 규정의 제정을 지난 1년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의 대응은 아직껏 꿀먹은 벙어리다.
우리는 전교조 사태에서 교원지위법에 이르는 일련의 정부쪽 대응을 보면서 한심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문제가 발생해서 사태가 위급해지면 모든 것을 내놓을듯 양보하다간 상대편 세가 꺾이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면 그때가 언제였냐는듯 나몰라라 하는 행태다.
한국교총이란 우리의 교육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있는 30여만명의 교원들로 구성된 교원단체다. 교원들이 자신들의 근무환경 처우개선 복지후생을 위해 교섭하고 협의할 단체를 구성하고 법의 정해진 테두리안에서 교육적 방법으로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겠다는데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미 기본법까지 통과된 지금까지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행태가 교사를 화나게 하고 교육현장을 무시하는 교육관료의 무사안일적 대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전교조 사태를 지나간 일이라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전교조 같은 불행한 사태가 생겨나지 않도록 교원 지위향상을 위한 후속조처가 추진되도록 정부가 앞장서 노력하는 일이 교사를 교사답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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