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무총리들의 충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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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왜 위기감을 느끼는가. 우리는 왜 총체적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는가. 그리고 나라가 어려울때 누가 「어른」이 되어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 우리들은 모두들 원로들의 지혜에 목말라 있으며 그들이 적절한 시기에 충언해줄 것을 기대해왔다.
29일 국가 경영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00년을 바라보는 국가 경영비전과 정책대안」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신현확·남덕우·이한기·강영훈씨 등 4명의 전직 국무총리는 정치·경제·사회 및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 오랫동안 학계와 정계·관계 등에서 경륜을 쌓아왔던 이들은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현상의 밑바닥을 꿰뚫어 보고 현실정치에 대한 무게있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장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총리들은 이 나라 정당이 이념과 정책도 없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충성만을 강요하고 있어 정치인들의 자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결국 국민의 표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연중심의 집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질서를 지탱해 나갈 권위는 어디로 갔는가,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밑으로는 순경에 이르기까지 권위가 없어졌다,누구나 지킬 수 있는 법은 왜 만들어지지 않으며 「나를 중심으로 뭉치면 살고,다른사람을 중심으로 뭉치면 죽는다」는 사고가 왜 팽배해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나라를 퇴락으로 끌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국민은 오늘을 살고 있는데,어찌해서 정치는 어제를 뛰고 있는가」하고 자탄을 금치 못하면서 앞서가는 국민을 정치권이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대처하려 하기 때문에 경제·사회가 더욱 불안해지고 있으며,따라서 낡은 정치행태는 하루속히 청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제언은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인의 출현과 사회 각층의 권위회복 운동의 필요성에 모아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의 끝없는 질문과 답변으로 열기에 가득찼으며 불안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욕구와 새로운 지혜를 얻고자 하는 간절함이 회의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민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는 명백하다. 정치,정치인은 붕당의 체질에서 벗어나 이 나라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귀한자에겐 의무가 따른다」(Noblesse oblige)는 충고를 가슴아프게 새겨들을 여유를 보여야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의 국무총리를 지냈던 4인이 현실을 위기다,어둡다,타락했다고 지적할만큼 각분야에서 교란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자성이 없으면 국민은 지도자 선택에 무관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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