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백억 추가부담 자초|대법원 판결의 파장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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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8일 대법원이 헹정관청의 사유지매수 원인이 변경됐을 경우 원 소유주에게 용도변경에 따른 추가 수용비를 지급해야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은 서울시의 공공개발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안일하게 이루어져 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서울시의 허술한 행정은 행정공신력을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땅값보상에 따른 엄청난 추가부담 때문에 방화·개화지역의 택지개발사업자체를 일부 재 조 정해야하는 사태를 야기 시켰다.
이미 아파트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4천여평의 땅을 되돌려줄 경우 건물 철거·사업계획변경 등의 엄청난 지장이 초래되기 때문에 택지를 지정, 그렇다고 다시 되살 경우 무려2백억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의 발단은 서울시가 지난 90년 초 방화택지개발지구 지정요청을 건설부에 요청하면서 문제가 된 박기문씨 옛 소유 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다.
90년 당시에는 박씨의 땅 4천5백연 평을 지난84년 공원조성을 위해 8억6천만여원을 주고 매입해 시 소유가 된 상태였지만「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상「공공사업을 위해 토지매수를 한 뒤 10년 이내에 당초 사업을 폐지·변경할 경우에는 원소유자가 환매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즉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땅을 매입한 뒤 6년만에 다시 이 땅에다 택지개발을 하겠다고 한 탓에 이 조항에 꼼짝없이 걸려든 셈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박씨는 84년 자신이 보상비로 받았던 8억여원을 서울시에 되돌려 주고 땅을 다시 사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서울시가 계속적인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이제 박씨에게 땅을 다시 사기 위해선 8년이 지난 현재의 땅값으로, 더구나 공원지구(76년지정)였을 때와는 다른 주거지역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기 때문) 의 값으로 다시 사야한다.
평당 5백만원으로 만 잡아도 2백26억3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부에선 이 결과를 두고 당시 지구지정에 관여했던 서울시공무원을 상대로 문책과 함께 구상권을 행사, 2백억원에 달하는 손해액을 배상토록 한다는 주장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를 충당,「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상황을 해결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다만 서울시의 한정된 예산과 84년에 소유권을 넘긴 박씨의 입장, 행정의 공공성 등을 감안 할 때 서울시와 박씨 간에 일정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해당법규에 대한 상식부족, 책임감결여, 감시·감독 부서의 방관이 부른 이러한 사태를 계기로 서울시에 대한 책임추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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