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상품권」 경쟁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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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도서 상품권이 부활된지 1년만에 발매량이 70만장을 넘어섰고 가맹 서점도 당초 3백여개에서 1천2백여개로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리는 속에 출판사·서점 업계 일부에서 제2 발권 회사 설립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현재 유통중인 도서 상품권의 발권 회사인 한국 도서 보급 주식회사 (대표 김현식)는 동아 출판사가 지배 주주로 자본금의 80%를 출자하고 대한 출판 문화 협회·출판 금고·출판협동조합·전국 서적상 연합회 등 4개 출판 관련 단체가 나머지를 균등하게 분담하고 있다.
한국 도서 보급 주식회사는 지난해 2억여원의 적자를 냈으나 유통 실적이 당초 목표를 두배 이상 초과하는 호조를 보이자 자본금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고 참가 희망자를 대폭 받아들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고려원·미래사 등 출판사들과 부산 영광 도서 등 24개 도시 54개 서점은 가칭 「대한 도서 상품권 주식회사」 설립 준비 소위를 구성하고 기금 10억원 마련 계획과 함께 전국의 서점·출판사를 대상으로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기존 도서 상품권이 서점에 액면가의 95%로 발매되고 회수될 때 95%로 정산되는 것과는 달리, 발매는 95%로 하되 정산은 97%로 해 서점 쪽에 수수료조로 2%의 이윤을 남겨주는 조건을 검토하는 등 서점 업계의 불만을 대폭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도서 보급 주식회사는 『도서 상품권 발급이 떼돈을 버는 사업이 아닌데다 도서 상품권은 무한 책임을 지는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생명인 만큼 세계 어느 나라도 도서 상품권의 복수 발급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제2 발권 회사의 출현을 반대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 발권 회사가 설립 당시 2%의 마진을 가졌던 것과 달리 유통마진 없이 이자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어 적자를 보고 있는 터에 서점 쪽에 2%의 수수료를 얹어주겠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계획이라고 일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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