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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불붙은 '가맹사업법 개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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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시민단체.공정거래위원회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정위는 현행 가맹사업법을 대폭 개선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 운영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기재한 정보공개서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가맹점 창업 희망자에게 이 정보공개서를 무조건 제공하도록 했다. 또 계약 종료일 90일 전에 통보만 하면 가맹본부 마음대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던 법 규정을 고쳐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가맹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가맹본부가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가맹점들의 단체 결성이나 참여를 이유로 가맹본부가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되 가맹점 단체가 가맹본부의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도 모든 가맹본부에 대해 2개월간 가맹금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가맹금예치제'와 계약기간 내에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23일 국회 정무위는 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주요 논점별로 공청회 내용과 업계의 의견을 정리했다.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화=경실련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부장은 "가맹사업의 핵심은 가맹 희망자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제대로 자격을 갖춘 가맹본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정보공개서 등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세한 중소 가맹본부가 부도 나거나 가맹점의 경영과 영업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가맹점주를 대표해 공청회에 참석한 이철구씨는 정보공개서에 점포 현황, 기존 점포 수익 정보, 폐점 사업자 정보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정보공개서 제도가 있지만 서면으로 신청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영업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한대 장재남(유통물류과) 교수는 "단순하게 문의만 하는 상담자에게 정보공개서 제공을 의무화하면 프랜차이즈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가맹금 예치제=공정위 이동훈 기업협력단장은 최근 국정브리핑 기고문에서 "가맹본부들이 말로는 '가맹점이 살아야 가맹본부가 산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맹본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맹금 예치제를 거론하며 "가맹금이 2개월간 묶여 있다고 경영이 어려워질 정도의 부실한 가맹본부라면 차라리 가맹점 모집을 하지 않는 것이 업계 발전을 위해 낫다"며 "역설적으로 업계의 주장은 그동안 가맹본부들이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모래성 위에서 안주해 왔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큰들F&B의 이병길 대표는 "정당하게 사업하는 많은 가맹본부에 재정적.실무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가맹금'의 개념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가맹점주 단체 가입=경실련 윤철한 부장은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결사의 자유로 누구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방해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 조항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병길 대표는 "자칫 가맹점주와 본부 간의 대립관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했다.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 측은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가맹점주와 가맹본부는 상법상의 독립적인 '상인'에 해당되는데, 마치 양자를 노동자단체와 사용자처럼 보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밝혔다. 대진대 김영균(법학) 교수는 가맹점 단체 구성에 찬성하면서도 대통령령 등에서 이 단체의 활동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의 교섭력을 높일 필요는 있지만 가맹본부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가맹사업의 본질까지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가맹계약 종료 시 갱신 거절 제한, 동일 상권 내 유사 직영점 및 가맹점 설치 금지 등에 대해서도 양측의 견해는 엇갈렸다. 이계안 의원은 "크게 봐서 자유와 공정(평등)의 대립"이라며 "중요한 두 가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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