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구소첩보망 승계가동/불·벨기에 등서 산업스파이 잇따라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유럽 각국에서 활약중인 러시아 첩보조직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이달초 브뤼셀에 근거를 둔 러시아 첩보조직이 벨기에 정보당국에 의해 적발된데 이어 최근 프랑스정보기관인 영토감시국(DST)은 기업체 간부등 5명의 프랑스인을 러시아를 위한 간첩활동 혐의로 조사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한명은 이미 검찰에 기소됐다.
이는 소련의 붕괴에도 불구,구소련이 구축해 놓은 대외첩보망은 러시아에 의해 계속 가동되고 있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 프랑스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DST가 조사중인 프랑스인들은 일정한 보수를 받고 통신·화학·컴퓨터등 각종 첨단산업에 관한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벨기에 정보당국은 사업가·신문기자·기업체 간부등 5명을 러시아를 위한 간첩활동 혐의로 체포하고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주벨기에 러시아대사관 직원 2명등 모두 4명의 러시아인을 강제추방한 바 있다. 이들은 항공·군사용 첨단통신장비 등에 관한 비밀정보를 몰래 빼내 러시아대사관 직원을 통해 러시아로 빼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23일 러시아 언론인 3명과 헤이그주재 러시아 대사관 상무관 1명을 스파이활동 혐의가 있다며 긴급 출국시켰다.
구소련 첩보망의 잇따른 적발은 지난해 벨기에에 망명하면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협조자로 전향한 브뤼셀 주재 구소련 대사관 1등서기관 블라디미르 코노플레프의 협력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프랑스 첩보망의 적발도 그가 제공한 정보를 CIA가 DST측에 제보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소련의 붕괴이후 러시아는 구소련 정보기구인 KGB를 해체하는 대신 러시아대외정보국(SVR)을 신설한바 있다.
프랑스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KGB해체에도 불구하고 구소련의 해외첩보망이 그대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다만 전과 달라진 점은 첩보활동이 군사정보보다는 과학·기술·산업등 민간분야의 첨단정보에 집중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