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제조업 부진 정책탓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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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용만 재무장관과 조순 한은 총재는 21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화관리·투신부실 등 최근의 경제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취임이후 처음으로 가진 조총재의 기자간담회는 예정된 것이었고 이장관의 기자간담회는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마침 이날 아침의 경제장관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이장관과 조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통화관리의 현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똑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표현으로 전달했고 투신부실의 현안에 대해서는 「정반대」는 아니지만 미묘한 입장차이를 조심스레 내비췄다. 이장관과 조총재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요약한다.
◎이용만 재무장관의 입장/「투신부실」 해결 한은도 협조할 것
▲통화관리=연간 통화목표는 18.5%선에서 유지하되 계절적인 기복이 있을 수 있다. 4∼5월중에는 이러한 계절적 요인으로 통화증가율을 19%대에서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무리한 통화환수는 없을 것이다.
▲투신부실=무슨 수를 쓰든 해결하겠는데 부총리와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인식을 같이했고 한은 총재와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했지만 직접금융시장이 잘돼야 간접금융시장도 잘 된다는 것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방법이 결정되면 한은도 최대한 협조할 것으로 안다.
▲대기업 상호지급보증 규제=구체적인 방안은 다음달에 발표할 것이고 시행은 준비가 되는대로 하반기중에 할 것이나 기업부담완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현대전자 대출금 유용=외환은행의 실사가 거의 완료되었으므로 은행감독원에서 곧 발표할 예정이다.
▲5·8조치 2주년 관련=신규취득금지 부동산중 연수원·사무실 등 기업활동을 위해 매입이 불가피한 것은 재검토해서 보완하겠다.
◎조순 한은총재의 시각/주가관리 정부개입 원칙 상반대
▲통화관리=인플레를 막기 위해 통화를 가급적 억제하는 것이 한은의 기본임무이나 통화증가율은 그때그때의 자금사정을 봐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화관리를 신축적으로 하더라도 연간 증가억제선인 18.5%선을 지키는 노력은 최대한 하겠다.
▲투신부실=아직까지 공식협의를 받은바 없다. 주가가 경제에 대한 종합평가라면 이같은 평가자체가 달라지지않는 상황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조치도 원론적으로 옳지않다고 본다. 투신부실은 정부가 모든 어려움을 일시에 해결할수는 없지만 앞으로 당국자들이 협의해서 해결하지 않겠는가.
▲현대전자 대출금 유용=은행감독원의 일반업무인 은행검사차원의 일이지 통화관리와 같은 차원의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 경제상황=안정화시책에 힘입어 경제의 모양새가 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고 있으나 인플레와 기업자금사정 등 어려운 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정책이 과열징후가 있는 모든 부문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것은 사실이나 수출이나 제조업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를 이같은 정책때문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부도=기업부도는 항상 있는 일이고 부도의 사정도 다 틀려 돈을 풀어 기업부도를 막는 것은 중앙은행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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