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안간힘 쓰는 「민중」진영/정선구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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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24총선결과 해체된 민중당의 이우재 상임대표가 21일 낮 고별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제 우리는 범민주연립정부구성을 목표로 재야세력을 결집,정치세력화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이대표는 민중당해체에 따라 「민주개혁과 사회진보를 위한 협의회」(민사협)라는 준정치결사체를 발족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당해산에 좌절하지 않고 재창당을 위한 자생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14대 총선결과는 국민의 뜻이므로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당을 해체하겠다』는 정태윤 대변인의 해산변 역시 패배에 승복하겠다는 자세였다.
민중당은 총선참패와 당해체라는 비운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사에 나름의 영향을 끼친 진보정당이었다. 민중당은 90년 11월 당시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과 이기택 총재의 민주당과의 「민주대연합노선」을 거부하고 「민중주체 민주주의」의 기치아래 진보정당으로 출범한뒤 보기 드물게 왕성한 정당활동을 보여왔다.
지난해 광역의회선거에서는 강원도 정선에서 도의회의원 1명을 배출했고 노태우 대통령과의 면담으로 득표율 3%이상 정당에 전국구의석 1석을 배분케하는 선거법개정안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직전 가칭 노동당과 합당한뒤 총선후 노선·진로차이로 다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는등 진보정당의 고질적인 약점인 분파주의에 시달렸다. 소모적 내분에 과격한 이미지가 쌓여 대중성 확보에는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해체→재야연대」(민중당계열·주류)냐,「즉각 재창당」(노동당계열·비주류)이냐의 향후진로를 둘러싸고 아직도 분열상은 그치지 않고 있다. 뜻있는 국민들은 이들의 내분이 계파싸움을 연상시켜서가 아니라 진보정당에 척박한 풍토에서 그나마 자꾸만 세포분열해 정치세력화를 더디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계층과 노선을 대변하는 진보정당도 제도권에 들어와 그들의 이익을 반영도하고 때로는 반대계층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어야 국민의 삶의 질과 정치의 장이 보다 개선되고 발전될 것이다.
진보정당의 「생성→소멸→생성」이라는 부침속에서 민중당이 곧 새로운 옷을 입고 국민들에게 활기찬 모습으로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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