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현상 여전한 우리경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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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체중 조절이 안되면 각종 성인병의 치유도 꽤 어려워지듯이 제 능력에 맞지 않는 과속성장도 진정시키지 않으면 국민경제의 내용이 매우 부실해진다. 정부가 금년도 경제운용의 중점을 성장감속에 둔 것도 그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은행이 추계한 1·4분기의 실질 성장률 7.6%는 우리나라 경기가 조금씩 하강조절국면으로 진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작년의 9%대,작년의 8%대 성장과 비교해보면 그 추세가 분명해진다.
우리 실력에 걸맞는 적정성장률이 어느 정도냐는 각 연구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한은이 제시하는 7%내외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올 1∼3월중의 GNP성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8.7%)에 비해 어느 정도 비곗살이 빠진 것이긴 하나 앞으로도 성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속 담금질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울만큼 낮고 물가도 조금씩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무역수지 또한 개선기미를 나타내는데도 경제난국이라는 얘기를 듣는건 지금까지의 성장내용이 상당히 부실했기 때문이다.
지난 1·4분기중 우리나라 경제는 제 실력이상으로 확대 포장된 거품이 제거되고 있음은 분명하나,아직도 건설과 소비가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경제성장수준을 훨씬 넘어선 기업의 고정투자증가율이 지난 1∼3월중에는 오히려 반전됐다. 이러한 흐름이 플러스 방향으로 돌려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건실한 성장을 위한 잠재력이 위축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 2년동안 계속 소득증가율을 앞질렀다. 이번 1·4분기에도 역시 버는 것보다 쓰임새가 많은 헤픈 체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설비투자는 90년과 91년에 나타났던 두자리수 이상의 증가율에 대한 상대적인 감소현상도 엿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제조업 부문의 자금줄마저 지나치게 죄어지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거품경제를 제거하는데 있다는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나 총수요관리 정책으로 소비보다 투자가 움츠러들고 있으며 나아가 제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조순 한은 총재는 20일 앞으로 매우 적절하게 돈을 풀어 총수요관리를 일관성있게 추진할 것이며 그런 가운데서도 제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실질적으로 늘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혀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월은 어느때보다도 기업의 자금난이 심한 편이다.
정부는 자금수급에 따른 마찰이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제약하지 않도록 여건조성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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