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잔인한 4월/통화관리 파행… 기업들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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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리한 회수… 매년 악순환/부도늘자 신용조사 급증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난이 요새 유난히 심하다.
그간 각 분야에서 그때 그때 해결하지 못하고 쌓여온 경제실정의 여파가 4월의 금융·자금시장에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87년이후 대통령선거,금리자유화 12·12조치 등으로 3년 연속 연말에 뭉치로 풀려나간 돈을 해마다 자금성수기인 4월이면 무리하게 거둬들이는 통화의 파행관리(본지 18일자 6면 보도)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평소에 월별 통화공급을 고르게 되맞추는 노력을 게을리한채 몇년째 명목뿐인 「4월 통화증가율」에만 집착하고 있는 통화당국은 이달에도 은행창구를 죄어잡기 시작(22일 은행지준 마감),정책자금을 제외한 은행의 일반자금은 신규대출이 거의 중단돼 중소기업들은 기존의 당좌차월을 회수당하고 있고 일반 가계는 은행돈을 거의 못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이후 계속되는 상장사의 부도사태는 단순히 증시에만 악영향을 끼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마저 거의 끊기게 만드는 결과를 빚고 있다.
그간 상장사의 회사채 발행때 지급보증을 섰다가 대한·한국 등 양보증보험사가 대신 물어주게 된 돈만 1천2백억원이 이미 넘어(표 참조) 보증보험사부터가 부실에 빠진 판이라 신규회사채 지급보증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월중 기업들은 9천5백7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지난주까지 발행된 물량은 이의 43%인 4천87억원에 불과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신규자금조달은 고사하고 이달중 만기가 닥치는 6천3백35억원의 차환발행도 다 못할 형편이다.
최근 시중의 자금난 속에서도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처럼 회사채의 신규발행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이지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닌 것이다.
또 지난 87년이후 켜져온 투신사의 부실은 1조6천억원의 국고자금까지 끌어들이며 그렇지 않아도 맥빠진 증시를 끌어내리는 역기능으로 작용한지가 이미 오랜데도 한쪽은 「현대」에 코가 빠져,또 한쪽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앞세워 그 해결을 미룬채 암세포처럼 문제를 점점 키워가고 있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에 거래기업의 자금 및 신용상태를 알아보아 달라는 신용조사의뢰건수가 급증(올 1·4분기 8백1건으로 작년 동기비 46% 증가),잇따른 부도의 여파가 기업들간의 신용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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