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 분명한 의지 보여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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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환경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느낌이다. 오는 7월부터 실시키로 했던 공해유발부담금 제도는 부담금 산출방법에 대한 업계와의 마찰로 부과체계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할 처지다. 개발사전협의제도 또한 관계부처의 반대에 부닥쳐 실시가 보류된 상태다.
어디 그 뿐인가. 유명무실화된 쓰레기 분리수거나 대기오염예보제는 예산부족에 핑계를 돌린다 쳐도 팔당상수원의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안에 수도권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키로 하는등 환경보전 의지 자체를 의심케하는 처사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국내외의 여건은 강력한 환경정책의 추진이 요구되는 형편이다. 날로 심해지는 공기 및 수질오염이 전지구적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 세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보전을 국제무역과 연계시키는 새로운 국제통상질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환경문제를 예산타령이나 하면서 구태의연하게 개발 및 성장이론에만 매달려 있을 수 있을 것인지 심각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개방과 협력을 기본체계로 하는 현대 국제경제무대에서 공해유발산업은 이제 존립기반을 잃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란 강한 시사를 우리는 오는 6월 채택될 「리오선언안」에서 감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환경이 개발과 성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환경을 개선·보전하겠다는 의지를 정부부터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일관성있는 환경정책을 추진하자면 우선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고선 안된다. 개발·생산부문의 반론을 환경보전 정책과 균형 및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는 일은 정부의 역할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안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환경보전위원회라는 기구가 엄연히 설치돼 있다. 그럼에도 이 기구는 별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정부의 환경개선의지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환경기술전문인력의 양성과 확보도 정부의 의지와 결단력이 요구되는 시급한 과제다. 기업에서 오염방지에 필요한 첨단장비를 도입해도 이를 조작하고 관리할 전문 기술인력이 크게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작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페놀오염 사고나 대구염색공단 폐수배출사건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오염사고의 대부분이 관리자의 순간적인 실수나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해당 환경기술인력의 전문성 부족에 기인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강력한 환경보전 의지와 일관성 있는 정책수행 없이는 우리의 환경문제 개선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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