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고독의 여정 "물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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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격적인 영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프랑스의 천재라는 32세의 감독 레오 카라의 영화『퐁네프의 연인들』이 한국에 상륙, 이번 주말 한국관객과 만난다.
비디오시대의 이른바 누벨이마주(신심상)영화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을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서고도 퐁네프의 영상이 머리 속에서 춤추는 기묘한 경험을 할듯하다.
센강의 퐁네프다리에서 잠자며 파리시내를 부랑하는 두 남녀의 사랑과 고독, 광기와 서정의 이미지가 물의 흐름처럼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또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이 영화에는 엄격한 즉물 성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비디오세대 젊은 감독 나름의 환상적인 공간이 펼쳐져 있다.
대사를 가능한 한 절제하고 음악·소리를 액센트로 찍으며 빛과 색을 짜임새 있는 카메라워크로 표현해 낸 화면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5년 가까운 제작 기간에 프랑스 영화사상 최대라는 2백50억 원을 투입해 만든 이 영화는 특히 30만 평 규모의 파리 교외에 인공호수를 만들고 그 위에 실제 크기와 같은 대리석 퐁네프다리를 건설하고 주위 건물도 재현해 찍었는데 지금 그곳은 관광명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퐁네프다리는 이 영화에서 상처 입은 인간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로 설정돼 마치 연극공간처럼 상상·허구가 실제와 뒤섞이는 이미지의 공간으로 표현돼 있다.
그 때문에 폐인과 다름없는 떠돌이와 실명 위기에 처한 가출 처녀화가가 사랑을 나누는 황량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그곳이 퐁네프다리 바깥 사람에게는 마치 안온한 집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들게 한다.
르몽드지는 『퐁녜프의 연인들』을 상처받은 필름들이 춤추는 영화라고 평하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빔 벤더스, 라이너 파스빈더 등 유럽의 일급감독이 장뤼크 고다르의 문법 안에 들어있다면 레오 카라는 고다르의 문법을 뛰어넘은 감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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