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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따뜻한 손 내밀 수 있다면 우리모두가 산타 클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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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가 곧 성탄절이요, 우리 모두가 산타클로스이로다'.

미국의 신부 존 오렐리오가 쓴 짧은 소설 '거지들의 크리스마스'(아이터)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그렇다. 30여년간 장애 아이들을 돌봐온 오렐리오 신부는 빈곤과 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는 두 거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크리스마스의 참뜻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전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지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매우 삐딱하다. 장님 거지에겐 팔이 닿는데까지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이 세상은 그저 답답한 곳일 뿐이다. 그의 꿈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그의 삶은 언제나 아버지의 주먹과 같은 단단한 것과의 싸움이었다. 다리가 온전치 못한 다른 거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벌이가 평소보다 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불공평한 삶을 불평하다 천사의 안내로 사랑과 베풂이라는 크리스마스의 참뜻을 찾아 과거로의 여행에 나선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복을 산산 조각냈던 사고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어떤 특정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네"라는 천사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한다. 그러던 중 두 거지는 예언자를 만나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살았던 곳에서는 살지 못하고 신약 시대에서만 장애의 고통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가 없는 행복도 잠깐뿐. 그들은 신약 시대의 낯선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길거리로 나앉는다. 그러다 그들은 죄를 짓고 처형장의 십자가에 매달리는 운명을 맞는데 거기서 다시 만난 예언자의 입에서 놀라운 기도 소리를 듣는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자신을 조롱하는 군중들을 용서해달라니….

그 순간 그 예언자가 여행길에 들려줬던 다른 가르침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너를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라. 너를 욕하는 자를 끌어 안아라. 너를 해치고자 하는 자에게 관대하라. 너에게 구하는 자에게 네가 가진 것을 내 주어라."

이어 그들은 원래 거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마음만은 이제 더 이상 거지가 아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하면 자기보다 남을 더 사랑하는 정신을 가르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되겠다.

한편 교육혁신위원회에 근무하는 홍성수씨의 '아빠가 만나 본 산타클로스'(문원)는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순수로 돌아가 다시 한번 산타를 떠올리고 잠시 맘의 여유를 찾게 하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인 산타에 대해 너무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 맘에 걸려 먼저 어린이의 용서를 구한다"는 지은이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산타클로스라는 존재의 일대기가 아주 자세히 소개된다.

교회 초기에 굶주린 사람을 도우며 산타클로스의 역할을 맡았던 상징적인 인물은 많았다. 동방박사, 러시아와 게르만 민족 사이에 각각 전해오는 바부슈와 홀다가 그런 예다. 산타클로스라는 영어 이름은 네덜란드인이 17세기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함께 옮겨간 신터클라스에서 비롯된 것이며, 신터클라스를 거슬러 올라가면 280년께 지금의 터키에 살았던 세인트 니콜라스에 닿는다.

이 니콜라스가 소년일 때 어떤 가장이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해 딸을 결혼시키지 못한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는 그 집 굴뚝으로 금덩이를 슬쩍 넣어주고는 사라졌는데 그게 벽난로에 걸어 두었던 딸의 스타킹 속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크리스마스도 '수난'을 당하던 때가 있었다. 1517년 독일의 마르틴 루터를 중심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되면서였다. 종교개혁자들에겐 크리스마스를 흥미 위주로 보내는 것이 불만이었다. 성인(세인트)을 숭배하던 풍조도 개혁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지역에 따라 선물을 주는 사람이 세인트 니콜라스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으며 선물을 주는 날짜도 그의 축일인 12월 6일에서 크리스마스로 바뀌게 되었다.

이외에 크리스마스 이브가 중요하게 된 배경 등도 담겨 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구세군의 나눔 행사에 쓰인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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