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동」후 급해진 대권경주/노 “당단합” 무슨 뜻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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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친김 “후보조정 함축” 반김 “결과승복 주문”/민정계 관망파 동요속 「깊은속」 읽기 분주
12일 노태우 대통령과 민자당 수뇌부의 골프회동은 대권 경선레이스의 흐름을 더욱 급박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노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이 함께 어울린 이날 회동은 경선구도의 초점인 박최고위원의 거취와 관련,대통령의 의중에 관한 힌트를 얻으려고 진영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시했다.
○…이날 회동의 겉모습은 당수뇌부의 결속모임 성격. 골프에 들어가기전 10여분간의 다과간담회를 가진뒤 오전 10시에 티업,중간 중간 음료·간식을 겸한 휴식을 갖는등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
간담회에서 노대통령은 『총선을 치르느라 고생했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한뒤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고 있는 전당대회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 분명한 자유경선이 될 수 있도록 잘 치러달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 당직자가 소개.
4명씩 3개조로 나뉘어 진행된 골프경기는 노대통령과 세최고위원이 한팀을 이뤘고 2대의 소형배터리카(카트)에 노대통령­김대표,김­박최고위원이 분승해 18홀을 라운딩.
김·박최고위원은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여동안 단독회동을 가진 셈이어서 후보조정 문제 등을 포함,충분한 심정타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돼 특히 눈길.
골프를 마친후 일행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막걸리 반주로 점심식사를 했으며 노대통령은 재삼 경선원칙을 강조.
○…노대통령이 식사도중에 한 발언중 주목되는 대목은 『전당대회에서 당도,개인도 상처를 입어선 안된다』 『당이 분열되지 않고 단합된 가운데 치러져야 하며 정책대결의 장이 돼야 한다』는 부분.
이를 놓고 친김 진영은 『노대통령의 YS지원 의중이 담긴 발언이며 골프모임 자체가 YS후보로 가는 길의 마무리 의식』이라고 느긋한 표정이고 반김 진영은 『자유경선과 결과에 승복을 강조한데 불과하다』고 서로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다. 친김 진영에선 노대통령의 발언이 경선에 임하는 김대표의 시각을 수용한 것이며 경선 후보들에 대한 수뇌부의 사전조정을 의미한 것으로 적극 해석하고 있다.
즉 민정계 관리자라는 위치를 기반으로 한 박최고위원이 나서면 김대표는 탈당하겠다고 위협해온만큼 당이 분당되는 사태로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분열없는 전당대회」라는 것.
김대표의 핵심측근 의원은 『노대통령이 박최고위원에게 넘긴 민정계 위탁관리의 범위에는 출마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주장.
그는 노대통령이 그동안 『김대표를 도우라』고 최고위원들에게 말한 것이 바로 김대표 지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친김측은 이런 것들이 바로 노대통령의 「담임선생역할」이라고 주장. 지난 9일 청와대 회동직후 김대표는 박최고위원을 만났을 때도 노대통령의 권유에 따른 것처럼 시사하면서 박최고위원에게 이와 같은 불출마 또는 중립을 요구했는데 박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사표시가 없었다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반김 진영은 노대통령의 발언중 「정책대결이 되도록 하라」고 한 대목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들이 주장해온 내용과 일치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김파의 중진의원은 『골프회동 직후 정해창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부 민정계 중진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대통령이 완전자유경선을 강조했을뿐 특정인 출마포기를 시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소개하며 『단순한 모임을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도 친김파의 작전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박최고위원의 한 핵심측근은 『부질없는 인신공격이나 감정대결은 화합에 상처를 줄지 모르나 건전한 정책대결에 의한 진정한 자유경선이야말로 화합을 끌어내는 차원높은 정치가 아니겠느냐』며 『노대통령도 그러한 뜻을 강조했다고 보여진다』고 해석.
그러나 친김측은 이 발언을 노대통령의 YS지원으로 대대적으로 퍼뜨리고 있으며 일부 관망파가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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