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불똥」 튈까 조바심/『현대상선 탈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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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풀린 운임 일부 화물주에 제공/타업체도 「청구서 조작」설 나돌아
현대상선의 탈세사건 한파가 가뜩이나 허약체질인 국내 해운업계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현대상선 사건의 불씨가 여타 해운업계로 번질 경우 그 불똥이 행여 자기회사에 튀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84년 해운산업합리화조치 이래 국내 해운업계의 큰 「고비」로 받아들여지면서 최근 한국선주협회에는 회원사들의 분위기나 대책을 귀동냥하려는 해운업체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8일 현대상선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장에 다른 해운업체에까지 조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현대와 이를 측면지원하고 있는 국민당이 이번 조치를 「정치적 보복」쪽으로 계속 몰아갈 경우 한두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형평성」 구색을 맞추려 할지도 모른다는 업계의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있다.
해운업계의 「절세」 관행은 오래전부터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에 밝혀진 현대상선의 탈세방법인 화물비청구서(인보이스) 조작은 해운업체의 특성상 다른 업체들에서도 상당히 펴져있는 탈세유형일 것으로 세무당국은 보고있다.
꼭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운임의 일부를 화물주에게 일부 떼주고(리베이트) 화물을 끌어오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해운업체들로서는 그같은 방법으로라도 리베이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무튼 이번일을 계기로 해운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도마위에 오르게 됐지만 문제는 국내 해운업의 대외공신력 저하다.
더구나 국내최대 선박량을 자랑하는 범양상선의 법정관리 신청파문도 국내 해운업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벌써부터 현대상선의 일본·홍콩지사 등에는 현지 화물주들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며 범양상선 역시 법정관리 신청사실이 국외에 알려지면서 항만사용료를 현금으로 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지난 88년이후 해운경기 호조로 모처럼 흑자기류를 타고 소생기미를 보여오고 있으나 아직 5조원이라는 누적부채를 걸머지고 있는 해운업계로서는 최근 업계에 감도는 이같은 냉기류가 빨리 걷히기를 기대하고 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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