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점 많은 독일인의 환경보호/유재식 베를린 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독일사람들의 환경보호노력은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등 환경보호노력이 일상 생활관습에 깊이 배어있는 독일인들이 이번엔 기발한 환경보호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중 포장지 집에 안가져가기 운동」이다. 언뜻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아주 손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효과만점인 환경보호노력이다.
예컨대 치약의 마분지갑이나 담배의 포장비닐등 유통과정에서는 필요하지만 사서 일단 집에 가져오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이러한 이중포장을 물건사는 현장에서 분리,공동수거하자는 운동이다.
정부가 시작했지만 강제성은 전혀 없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이 시작된 지난 1일 슈퍼마킷·백화점에 들른 대부분의 독일인은 동참한 것으로 독일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물건값을 계산한뒤 일일이 겉포장을 뜯어 별도의 수거함에 버리는 일이 그들에게도 귀찮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연간 5만t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이를 다시 활용하는 기업들에는 원가절감 효과까지 있다는 것을 아는 독일인들이 기꺼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장관이 TV에 나와 국민들의 적극참여를 호소한 일이나 이 운동을 실시하지 않으면 독일 전체의 환경이 금방 어떻게 될 것처럼 적극 홍보하고 있는 언론들의 자세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침 이날 보쿰대에 유학중인 친구와 통화할 일이 있어 「독일사람들 지독하다」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한 수 더떴다.
얼마전부터 이 대학구내에 설치돼 있는 모든 코피자판기에서 종이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판기 옆에는 「코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각자 집에서 컵을 가져와 사용할 것」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종이컵 쓰레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평하기는 커녕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한다』며 가방속에 컵을 넣고 다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생활주변의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환경보호는 손쉽게 달성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