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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 환경행정의 “자충수”/조업단축 부른 산업폐기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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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예산배정외면… 매립장 건설 못해/그린벨트 이용방침도 벽 부딪혀
산업쓰레기의 적체 몸살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환경행정 때문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태였으나 제때에 대책을 세우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말았다.
경제성장의 부산물인 산업쓰레기는 87년 1천4백71만t이었던 것이 지난해 2천5백만t(추계치)으로,불과 4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산업쓰레기가 엄청나게 불어날 것을 예상하고서도 환경처등 정부당국은 그동안 산업쓰레기 처리업체의 무단투기등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면서 위생적이고 버젓한 산업쓰레기 매립장을 단 한곳도 건설하지 않았다.
예산당국이나 국회 모두 쓰레기관련 예산편성 등에 있어 그야말로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쯤으로 여겨 별반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환경관리 공단 화성사업소의 산업쓰레기 문제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쓰레기 적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지난해 8곳 광역 쓰레기 매립장의 본격 건설에 나섰으나 이른바 지역이기주의(님비현상)로 곳곳에서 벽에 부닥쳤다.
이때문에 환경처와 서울시는 김포해안매립지에 93년까지 마땅히 묻을 곳이 없는 일반산업쓰레기를 일시적으로 묻기로 했다.
그러나 또다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산업쓰레기를 반입할 수 없게 됐으며 이는 경기·강원·충청도 등의 많은 기업들을 조업중단 위기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 지역의 대기업과 전국 주요 공단에 산업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자체 쓰레기매립장을 93년까지 확보토록 권유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기업들도 들은척 만척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환경처는 일부 지역의 경우 자연환경의 훼손을 무릅쓰고 그린벨트(녹지보전구역)안에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건설부와 긴밀히 협의하는등 「극약처방」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쓰레기 적체몸살이 국내 경제에 주름살을 주면서 그 파급효과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환경처의 윤서성 폐기물 관리국장은 『기업들이 스스로 만든 배설물을 처리할 「분뇨처리장」(쓰레기매립장 지칭)을 만들지 않는게 가장 큰 잘못 아니냐』며 대기업들에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그러나 쓰레기 발생량의 증가추세가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민주화에 따르는 국민들의 혐오시설 설치반대 움직임을 감안해 일찍 쓰레기 매립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환경행정의 큰 실책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광역쓰레기 매립장의 건설이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어서 쓸모없는 그린벨트의 활용,주민들에 대한 지원사업의 확충등 쓰레기 문제의 타개책이 범정부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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