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만 하는 13대 국회/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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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 단독으로 8일 소집된 국회국방위는 30여명이 넘는 보도진만 북적거렸을뿐 정작 주빈은 나타나지 않고 객들만 설쳐댄 파장 잔치집을 방불케 했다. 14대 개원준비 단장때문에 5층 노동위 회의실을 빌려 소집된 이날의 국방위는 당초 에상대로 민자당 의원들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의사정족수(6명)에도 못미치는 민주당 소속의원 5명은 속절없이 여당의원들을 기다리다 40분만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날 국방위의 자동유회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총선후 대통령 후보 경선에 정신이 팔린 민자당으로서는 임시국회는 물론이거니와 이날의 상임위는 더군다나 안중에 있을 턱이 없었는지 모른다. 3·24총선 패배후 새로운 「여소야대」정국앞에 「민심을 따르겠다」던 여당 지도자들의 철썩같은 맹세는 벌써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군부재자투표부정 진상규명과 물가앙등,중소기업도산,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문제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도 국회는 지난해 12월18일 정기국회 폐회후 지금까지 임시회는 물론 상임위 한차례 열지 못하고 허송세월로 세비만 꼬박꼬박 축내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의 주장인즉 국민으로부터 불신받고 정치적 입지를 상실한 13대 국회에서 정치현안을 다루는 것은 타당성이 없고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3대 국회의 법정임기는 오는 5월29일로 2개월 가까운 기간이 남아있다. 그리고 14대 국회까지 기다리기에는 화급한 현안들이 눈앞에 산적해 있다. 당장 군부재자투표 부정문제만해도 국방부의 부인 발표에도 불구,의혹은 증폭돼 국민들의 궁금증만 부풀리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회는 문을 열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등 정치권내의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민자당측의 주장대로 이번 선거에서 현역의원의 상당수가 탈락돼 당장 국회를 열기가 물리적으로 곤란하다면 이는 제도개선을 통해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현재 임기만료 1백50일에서 20일전에 실시토록 돼있는 총선을 임기만료 1개월 등으로 못박거나 제한기간을 재조정,가급적 국회의 공백기간이 짧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총선을 치르느라 5개월이상 국회가 문을 닫는 폐단은 더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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