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벽강도 당한 「달동네 천사」(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갑자기 병원신세를 지게되니 달동네 어린이 20명을 누가 돌봐줄지 크게 걱정입니다.』
7일 오전 서울 저동 백병원 706호실.
서울 창신2동 「해송아기둥지」라는 탁아소에서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맡아오다 지난달 26일 새벽 강도를 당해 중상을 입은 보모 변미양씨(26·여·경기도 화성군 반월면 당수리)는 상처의 아픔보다 아이들 생각에 발을 동동 굴렀다.
『선생님,빨리 나아서 우리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세요.』
「달동네 천사」인 변씨에게 세살짜리 아들을 맡기고 일을 나가는 박형호씨(41)부부는 두손을 꼭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날까지 다녀간 달동네 문병객은 1백여명이나 됐다.
동국대 국문과 재학시절부터 도시빈민 탁아사업에 관심을 가졌던 변씨가 창신동 지역에 온 것은 90년 봄. 창신동은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어 변씨가 비영리 탁아사업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17평 남짓한 해송아기둥지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하다보면 변씨의 하루는 짧기만 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언니 오빠모임」의 지원봉사자가 찾아오는 날이면 변씨는 꿀·참기름 행상에 나서기도 했었다.
『사고가 나던 날도 미양 언니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열기로한 일일찻집 장소를 물색하다 밤이 늦어 혼자 숙직하던 중이었다.
문병객을 맞던 탁아소 보모 이현주씨(23·숙대졸업)는 착하디 착하기만 한 언니가 강도를 당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울먹였다.
『빨리 그리운 아이들 품에 돌아가고 싶어요.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요.』
몸은 비록 병상에 누워있지만 변씨의 마음은 벌써 아이들에게 가 있었다.<김동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