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대권후보/풀기힘든 「고차방정식」/5월당대회 「변수」는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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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태준씨로 단일화되면 YS불복 확실/노대통령 의중·JP의사표시 큰 영향력
집권당 최초로 대통령후보선출을 위한 민자당 전당대회가 5월19일로 잡혀있지만 순조로운 개최를 의심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40여일 남은 일정중 언제 어느 시기에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데다 우선 7천명이나 되는 대의원을 상대로한 경선전은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일로 통제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원만하게 치르는데 장애요인이 될 복병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노대통령의 의중=당 총재인 노태우 대통령이 끝까지 지금처럼 방관할 것인가,그렇지 않다면 자기 뜻을 밝힐 시기는 언제일까가 최대변수다.
반김영삼 진영과 친김진영은 노대통령의 엄정중립과 지지선언을 얻고자 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노대통령은 어느 누구에게도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노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보다 명시적으로 선언하든가 개입쪽을 택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경선양상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민정계의 노대통령직계와 중도계 80∼90,원내·원외위원장은 물론 김종필 최고위원의 공화계에 즉각 영향을 미쳐 대세를 단숨에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불승복탈당=김대표계는 현재의 당세력분포상 노대통령의 외형상 관망자세속에 민정·공화계가 연대,단일후보를 낼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그런 조건의 전당대회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김대표 자신이 3일 편집인협회 모임에서 『경선에서의 패배는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승복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승복을 보류」한 것은 자신감을 단순하게 표현한게 결코 아니라 「노대통령의 YS지원」을 강박하려는 몸짓에 다름아니다.
친YS측의 민정계 인사는 『노대통령이 경선후보자들을 교통정리해 주지 않으면 소수계보인 김대표는 돌출행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경선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교통정리 시기도 후보등록 마감인 24일이 마지노선으로 이를 넘기면 그 누구도 노대통령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대통령의 당장악력의 한계를 설정했다.
민주계는 특히 박태준 최고위원이 민정계 단일후보로 나와 YS와 경쟁하게 되는 사태가 되면 자파가 절대 열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차라리 경선을 포기하고 당을 깨고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김종필 최고위원의 향배=총선직후부터 청구동자택에 칩거중인 김최고위원은 겉으로는 민정계단일후보추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반김진영은 보고 있으나 김최고위원의 명시적 육성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최고위원이 금주중 노대통령을 면담하고 당무에 복귀해 확실한 의중을 드러낼 경우 경선양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다.
김최고위원이 ▲민정·공화계연대를 선언하고 민정계특정인사를 지지하면 우선 반김진영의 가닥을 잡게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될 것이며 ▲김대표지지로 선회하면 김대표쪽의 제한적 경선으로 전당대회가 끝날 공산이 높아진다.
◇민정계 단일후보가능성=민정계 중진협의회가 지난주말에 이어 2∼3일 간격으로 계속 만나고 있어 단일화여부가 관심거리. 박태준 최고위원으로 단일화되면 앞서 말했듯이 김대표측에서 경선을 기피하는 사태가 예견된다.
민정계단일화가 안돼 박최고와 이종찬 의원이 나서는 3파전이 벌어지면 이의원이 정도의 밑바닥 대의원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므로 1,2차투표와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많다.
◇일반대의원의 반란표=대의원 6천9백여명 표가 계파 또는 지구당위원장의 의사대로 반드시 움직여진다는 보장도 없고 세계파로 이뤄진 지구당에서 어느 한쪽 의도대로만 대의원선출이 어렵게 되어 있다.
79년 5·30신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수가 7백50여명밖에 되지 않아 맨투맨 작전이 먹힐 수 있었으나 이번 같은 매머드대회에서는 적용되기도 어렵고 큰 가닥이 위쪽에서 잡히더라도 일반대의원들이 따라 갈 것인지도 별개문제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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