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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네티즌 "조승희씨가 왜 한국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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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르고 자살한 한국 교포 학생 조승희(버지니아공대 4)씨의 국적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에 따르면 조승희씨는 8살 때인 1992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영주권인 '그린카드'를 발급받아 미국에서 계속 살아왔다. 영주권 증명서는 기간 제한 없이 거주할 수 있지만 '외국인 거주자'로 분류된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아 국적은 한국으로 분류된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지적 능력이 갖춰지는 시기에 미국에 있었으면 한국인으로 볼 수 없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살았기 때문에 미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등의 '한국 국적 거부'성 댓글을 올리고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새벽 "미국 버지니아 공대 사건이 한국인 영주권자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을 받았으며 한국민과 함께…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미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재차 표했다"고 애도를 표명한 것과 관련, 일부 네티즌은 "왜 우리 국민이 미국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에 이민을 가 미국 사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이렇게 돼 도리어 우리가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어려움 봉착해야 진정한 한국인' '국적과 민족의 정체성 혼란' 등의 시각을 내놓았다.

중앙대학교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2000년 들어 해외 동포가 한 민족이냐는 질문에 40% 정도만 그렇다고 답한다"며 "한국 내에서 같은 어려움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한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인스워드나 토비도슨의 경우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겨 스포츠 부분에 있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열등의식을 보충하는 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조은(사회학) 교수는 "'이주 시대'가 정착화되면서 국적과 민족이 분리되고 정체성의 혼란이 시작됐다"며 "조씨의 경우 국적은 한국이지만 민족성을 중요시하는 우리 국민은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표면화되면서 우리와는 거리를 두려는 심리도 반영된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네티즌은 조씨의 국적보다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국적은 중요치 않다, 아직 못다핀 영혼의 넋을 기릴 뿐이다" "불쌍하게 죽은 사람이 30여명이 넘게 나왔는데 국적이 그리 중요한가"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참극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8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그들의 넋을 기리는 촛불 집회를 제안, 오프라인 추도까지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기자

☞영주권과 시민권 :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하지 않으면 영구히 그 국가에 머무를 수 있는 권리다. 일종의 장기 체류 자격을 얻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영주권자는 법적으로 한국 국민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법상 해외 영주권을 취득하면 주민등록이 말소돼 한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국방의 의무에서도 벗을 수 있다. 시민권을 얻는 방법은 투자이민이나 취업이민, 가족초청,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 등이 있다. 시민권을 얻으면 영주권자에게 없는 투표권이 주어지게 돼 미국 국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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