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편집 들어선『하얀 전쟁』한국음색 살리기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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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여름 개봉 침체영화계 활력 기대
지난해 10월 크랭크 인된 월남전영화『하얀 전쟁』촬영이 4월 중순 한 장면만 찍으면 6개월에 걸친 촬영일정을 마친다.
1월 15일부터 3월 19일까지 베트남 현지로케를 감행한『하얀 전쟁』은 참전당사국의 하나이자 제3세계 일원이기도 한 한국인의 시각에서 월남전을 조명하고 있어 영화계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대작 소문에 반비례해 타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연출자로서는 그 동안의 촬영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며『작품의 완성도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미국이 만든 월남전 영화와는 다르게 월남전과 참전 법사의 후유증을 그려냈다』고 자부했다. 주인공역을 맡아 고생한 안성기씨도 자신의 연기자세가 진지하다는 평을 듣는 편이라 쑥스럽긴 하지만『이번 작품은 특히 세계영화계에 내 얼굴을 알리고픈 욕심이 들어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하얀 전쟁』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를 회생시켜야할 의무를 지고 있어 영화계는 후반작업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작팀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키 위해 녹음을 미국에 가서하고 음악은 신병하씨의 창작 곡을 75인조 러시아 텔레라디오 심포니오케스트라를 동원, 모스크바 현지에서 연주 녹음한다.
신씨는『남부군』『개벽』등 대작영화의 음악을 능숙하게 처리한 경험이 있다. 요즘 필름편집을 지켜보며 각 장면에 맞는 음악 작곡에 골몰하고있는 신씨는『솔직히 말해 큰 부담을 느끼고는 있지만 한국의 리듬, 베트남 민속곡 등을 적절하게 가미하는 등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음악 팀은 정 감독과 함께 오는 5월 13일 모스크바로 가 1주일 여 녹음작업을 한다.
탁월한 영어문장가인 안정효씨의 자전적 동명소설이 원작인『하얀 전쟁』은 영문판 원작소설이 뉴욕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인연으로 영화화초기부터 미국 CNN방송이 로케현장을 취재·보도하는 등 미·일 매스컴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90년 여름『남부군』을 발표, 같은 시기 개봉된 임권택 감독의『장군의 아들』과 더불어 한국영화 사기를 드높였던 정 감독의 이번『하얀 전정』은 공교롭게도 임 감독의『장군의 아들3』과 또 올 여름 함께 개봉될듯해 한국영화에 힘을 불어넣는 뜻깊은 우연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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