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까지도 무비자 “OK”(외국인 범죄가 몰려온다: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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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불법체류 천국”… 관문부터 단속해야/브로커 통해 무더기 입국/범죄후 잠적땐 손도 못대/이태원엔 「전문하숙」 번성
우리나라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천국이다.
출입국절차와 외국인 관리체계가 허술해 자유롭게 드나들며 마음놓고 불법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방식도 몇몇씩 관광목적으로 입국했다가 개별적으로 취업하는 형태에서 전문브로커에 의해 수십명단위로 단체입국해 조직적으로 취업하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이태원등을 중심으로 집단거주지역이 생겨날 정도로 불법취업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가며 범죄등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정부는 83년부터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상대로 15일동안 비자없이 입국,생활할 수 있는 「무비자입국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파키스탄·방글라데시·유럽국가 등 47개국(필리핀등은 제외)에 대해서는 90일까지 비자없이 머무를 수 있는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해놓고 있다.
동남아인등 외국인들은 이를 이용,비자없이 취업하면서 잠적하기 일쑤여서 범죄가 발생해도 추적은 물론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대개 필리핀등 현지의 브로커를 통해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뒤 국내브로커의 소개로 공장·유흥업소 등에 취업과 동시에 잠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붙잡힌 필리핀 인력수출용역업체대표 엔레니카 카를로씨(35·여)는 관광비자를 받은 필리핀 노무자 70여명을 이끌고 입국,국내 브로커조직을 통해 1인당 15만원씩 소개비를 받고 취업시켜 주었다.
필리핀인의 상당수는 봉제공장에 취업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필리핀 주둔 미군이 철수하면서 미국인 소유 봉제공장들이 함께 철수,일자리를 잃은 필리핀 공원들이 한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인들이 국내공장에서 받는 월급은 내국인의 60∼70% 수준인 25만∼40만원.
어렵고 위험하고 불결한 일을 기피하는 속칭 「3D기피현상」이 만연되면서 높은 임금을 줘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국내 제조업체에서 볼때 동남아인들은 「최적의 인력」인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수십명씩 떼를 지어 싸구려여관이나 공장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이태원일대에는 동남아인을 상대로한 하숙집인 속칭 「게스트하우스」가 10여개이상 생겨 성업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한 방에 4∼5명을 숙박시킨뒤 하루 1인당 7천∼1만원씩 받고있다.
집단생활이기 때문에 자신들끼리의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 성내동 피혁의류업체 기숙사에서 필리핀인 6명이 술을 마신뒤 편싸움을 벌이다 이중 한명이 칼에 찔려 숨진 것은 좋은 예다. 또 지난달 5일에는 이태원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고 있던 파키스탄인 모하메드 자히르씨(20)가 같은 동료들에게 집단폭행 당한뒤 2백50달러를 강도당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체의 인력난을 감안,불법취업 외국인을 묵인해 왔으나 최근 외국인 범죄가 심상찮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일부 출입국 절차나 외국인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
법무부 출국기획과 유병랑 과장은 『일본은 불법체류자 적발시 특별수용소로 보내 일정기간 수용한뒤 즉각 해당국가로 추방하고 있다』며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입국 관리업무의 강화를 위해 제도·시설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이규연·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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