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1.5세총기난사] '급성 스트레스' 조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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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국 유학생, 교민, 유학을 보낸 부모들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버지니아공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부모들의 고통은 더할 것이다. 이들은 교내 대량 학살 사태란 충격에 더해 범인이 한국인이란 사실까지 겹치면서 주변의 이목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땐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일 위험이 크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사건에 대한 충격.실망.긴장감.분노.공포감 등에 휩싸이면서 불안.불면.소화불량. 놀람 등 각종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급성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만성화돼 장기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건 이후 반년이 넘어도 밤에는 악몽에 시달리고 낮에는 쉽게 깜짝깜짝 놀라면서 불안.공포.우울감 등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있는 순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만성화를 막으려면 문제는 지나갔고 지금은 괜찮다'는 확신을 반복적으로 가져야 하다. 필요하면 정신과 상담을 받고 단기간 항불안제 등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유학생 부모들도 자녀에게 국제전화 등을 통해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또 부모 스스로는 '이런 비극적 상황은 아주 드문 일'임을 명심하고 지나친 걱정.불안 등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주변 사람들이 현재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진 상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논쟁이 가라앉을 때까지 주변의 주목을 끌 만한 말이나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면서 "이번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엔 소수민족.이민자.유학생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 장애가 있는 한 개인의 문제로 귀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생명의 위협을 주는 사고나 재해.폭행 등을 겪은 뒤 나타나는 증상이다. 악몽을 꾸거나 쉽게 짜증을 내게 되며, 심하면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사고를 겪은 후 수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고 당시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 적응을 잘 못했던 사람은 증상이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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