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2·13 합의 이행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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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5일 "북한에 '2.13 합의 의무사항을 이행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힐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北京) 숙소인 세인트레기스 호텔(國際俱樂部飯店)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힐 차관보는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 "북한이 '2.13 합의' 의무사항을 이행할 때라는 점을 촉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를 허용하라는 것도 북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아직 북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모든 참가국이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이행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북한이 영변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지 않은 채 2.13 합의 초기 이행조치 시한(14일)을 넘긴 것과 관련해 "북한에 며칠간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인사는 14일 워싱턴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익명을 전제로 전화회견을 한 자리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동결 해제된 북한 자금의 송금이 지연된 문제)로 예상치 못한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던 걸 감안, 북한에 시간을 조금 더 주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시한 연장을 뜻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새로운 시한을 협상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가 말하는 건 몇몇 사안(BDA 자금 송금과 영변 핵시설 폐쇄)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의 인내심이 무한하지는 않다"며 "(북한에 줄) 시간의 양을 특정하고 싶지 않으나 그건 아주 짧은 기간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시한(14일)과 김일성의 95회 생일(15일)이 겹쳤음을 거론하며 "북한이 24시간(15일) 이내에 반응(합의 이행)할 걸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즉각 초청하고, 영변 핵시설을 봉인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이 약속을 이행해야 나머지 5개국이 중유 5만t을 지원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국무부 고위 인사는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및 봉인과 관련해 우리가 만족할 때까지 대북 중유 제공은 유보 상태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분 중유 5만t의 제공 책임을 떠맡아 북송 준비를 해온 한국정부는 GS칼텍스와 맺은 중유 공급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북핵관계 장관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20일 공급 계약 만료 시점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4일 합의 이행 시한 이전에 중유를 공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부는 용선료와 중유보관료 등 30여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베이징.워싱턴=진세근.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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