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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은씨 폭력·갈취 혐의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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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긴급체포돼 이송되고 있는 조양은씨. [연합뉴스]

1996년 7월 영화 '보스'의 시사회가 열린 서울 리츠칼튼 호텔.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57)씨가 직접 주연을 맡은 영화의 시사회가 열렸다. 15년간 복역하고, 한 해 전 출소한 그는 당시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해 8월 억대의 스키 회원권과 증기탕 운영권 갈취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조씨의 참회는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이 일로 조씨는 2년간 다시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2년 뒤 만기 출소할 때는 "진짜 신앙생활에 전념하겠다"며 노숙자의 발을 씻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말 해외원정 도박 등 혐의로 다시 구속돼 10개월간 영어(囹圄)의 생활을 했다.

이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조씨가 다시 시선을 끌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폭력 및 갈취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는 13일 오후 11시쯤 4개월간 투숙 중이던 서울 역삼동 M호텔 객실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업가 박모(46)씨에게서 4~5차례에 걸쳐 수억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다. 박씨는 "조씨가 강원랜드 카지노 등에서 진 도박 빚 22억원을 대신 갚아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0월엔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합석한 황모(47)씨에게 '건방지다'는 이유로 재떨이와 얼음통을 던져 머리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씨의 변호인은 "박씨는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며 "황씨의 경우 실랑이 끝에 넘어져 다쳤다"고 주장했다.

?반복된 '참회'와 '구속'=조씨는 75년 1월 '명동 사보이호텔 사건'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부하들과 함께 생선회칼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하고 당시 폭력계의 '대부' 신상현씨가 이끌던 '신상사파'의 신년회장을 기습했다. 이후 조폭의 다툼엔 주먹 대신 '연장' 사용이 만연했다.

그는 78년 '양은이파'를 결성해 김태촌씨의 '서방파', 이동재씨의 '광주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부상했다. 김씨는 현재 경남 진주에서 폐암 투병 중이며, 88년 양은이파 조직원들에게 린치를 당한 뒤 조직 생활을 접은 이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년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그는 15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95년 출소하면서 '성경을 읽고 새 삶을 깨달았다'고 공언한 조씨는 옥중 약혼한 29세의 동시통역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80년 이후 그가 교도소에 복역한 기간만 모두 18년에 이른다. 2002년 출소한 조씨는 모 신학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4년 서울 강남에 향토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천인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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