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래식무기등 「군축무드」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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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통합군 유지비용 러시아 전담 한계느낀듯
러시아가 국방부를 창설,궁극적으로는 독자군이 생기게 됨에 따라 독립국가연합(CIS) 통합군을 유지하려던 노력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월 민스크 정상회담에서는 CIS참가 11개국중 8개국이 앞으로 2년간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통합군을 유지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에 독자군 창설쪽으로 입장을 전환한 이유는 현실수용으로 요약된다.
우선 우크라이나가 몰도바·아제르바이잔·벨로루시 등과 함께 독자군 창설을 고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군을 유지하려면 러시아는 3백70만명에 달하는 막대한 군의 유지비용을 사실상 계속 전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최근들어 악화되고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와 몰도바의 분규가 러시아의 통합군유지 구상을 더욱 부담스럽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제4군과 제7군이 분쟁당사자들의 볼모로 억류돼 있는등 자칫 통합군유지 노력이 이들 지역분쟁을 CIS 분쟁으로 확대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결정을 20일 CIS 정상회담에서 통합군 유지를 이끌어 내려는 러시아의 배수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일단 독자군 창설을 공식화한 이상 CIS의 참가국 모두가 자체군대를 갖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 셈이다.
이미 카자흐가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공화국수비대 편성을 선언한 것 등이 좋은 예다. 한편 CIS 참가국들이 독자군 창설노선을 본격화할 경우 유럽배치 재래식 무기감축협정(CFE)의 준수를 어렵게 하고 모처럼 조성된 군축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여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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