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도·항공 전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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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파리 에펠탑에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까지 2시간20분'.

프랑스 초고속열차인 TGV의 동부 노선(파리~스트라스부르, 406㎞ 구간) 개통에 맞춰 파리 철도역에 내걸린 광고 문구다. TGV의 경쟁 상대는 비행기다. 도심 간 연결에서 초고속열차가 비행기보다 편리하고, 시간도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의 비행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그러나 시내에서 공항, 공항에서 다시 시내로 들어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TGV를 이용했을 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주 세계 최고 주행 기록을 경신해 시속 600㎞대를 눈앞에 둔 TGV가 비행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철도-항공 대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유럽 양대 교통수단의 싸움은 초고속열차 ICE를 보유한 독일과 이들 두 열차가 지나는 인근 국가들로 확산할 전망이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는 10일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TGV 동부 노선 개통에 맞춰 시작한 이번 행사는 편도 63유로(약 7만8000원)짜리 티켓을 15유로에 팔고 있다. 80% 가까이 깎아주는 것이다.

현재 파리~스트라스부르 구간의 경우 기차와 비행기의 점유율은 35 대 65지만 SNCF는 조만간 이를 60 대 40으로 역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NCF는 릴과 낭트.보르도 구간 등에도 주말 할인제를 실시한다.

가뜩이나 손님을 TGV에 빼앗겨 일부 노선 폐쇄까지 단행한 에어프랑스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파리~스트라스부르 구간의 운임을 주말의 경우 49유로로 낮췄다. 40% 할인한 가격이다. 다른 노선도 가격을 낮추고 도심과 공항을 잇는 셔틀버스 증편 등을 계획 중이다.

독일의 ICE도 최근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벨기에.네덜란드 등 인근 나라로 가는 기차는 잘만 고르면 39유로짜리 티켓을 살 수 있다. ICE가 6월 파리에 입성한 뒤에는 더욱 할인율을 높여 파리~프랑크푸르트 구간을 당분간 29유로에 운행할 계획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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