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호텔 웨이터 장인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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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78세의 웨이터 할아버지 장인원씨.
오래 전에 일손을 놓고 가는 세월을 한탄할 나이에 하루 15시간씩 호텔 코피숍의 웨이터로 일하는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 있는 외로움에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돼 항상 즐겁다.
오전 7시면 어김없이 검정 싱글에 흰 와이셔츠, 역시 까만 나비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서울 장안평 경남관광호텔에 4개월째 출근하는 그는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그를 수시로 괴롭혔던 신경통도, 위장병도 감쪽같이 달아나 버렸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서울 어의동 직업전수학교를 졸업하고 젊었을 때 가구업 등에 손을 대다 사업이 망한 후 오랫동안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 생활했던 장 할아버지. 그가 뒤늦게 젊은이들이 주로 하는 웨이터로 취직한 것은 젊은 인력의 잦은 이동에 부심하던 호텔측이 외국처럼 노인웨이터가 푸근한 서비스로 손님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장안4동의 근린노인정에서 소일하던 70세 이상 노인 4명이 웨이터로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된 것.
이들 중 최고령으로 20년전 부인과 사별한 장 할아버지는 1남4녀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지난해 8월부터는 노인정에서 먹고 자면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취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장 할아버지는 긴 하루가 한스러웠고 계속되는 불면증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이제는 정말 일을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손님들이 피곤하지 않느냐며 위로하고 어른 앞이라며 피우던 담배를 슬그머니 감출 때는 피로가 싹 가신다』며 노인 대접하는 사회전통이 아직은 남아있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그가 받는 월급은 40만원. 받는 돈 거의 전부를 저축한다는 장 할아버지는 그동안 늘 용돈을 타던 딸집으로 쉬는 날 맛있는 것을 사들고 손자들을 만나러 가는 일이 더없이 즐겁다고 했다.<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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