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사람”/홍병기 기동취재반(총선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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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오후 2시 서울 응암2동 서부지역민주단체 공동선거 대책본부발대식이 열린 무소속 나강수 후보(49) 사무실 전국연합추대후보로 서울 은평갑구에 출마한 나후보를 지원키 위해 9개 재야단체가 마련한 이 모임은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야운동권의 시각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달라졌음을 확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날때 논쟁이나 토론을 가급적 피하고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가령,「가장 모범적인 가장 나강수」처럼 인간적인 측면을 소개하며 대중들을 파고들어야….』
전국연합의 한 관계자는 『시위현장과 선거공간을 구분해야 한다』며 자원봉사 대학생들에게 선거운동 실전전략을 주문했다.
『민중후보지만 저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저무는 보수정치,피어나는 민중세상」이라 쓰여진 현수막앞에 선 나후보도 웅변조의 연설대신 가끔씩 재미있는 표현을 인용해가며 예전의 시국집회에서 볼수 없었던 유연한 모습으로 필승을 다짐했다.
『방이 그저 어둡다고 외치고만 있을 게 아니라,직접 들어가 불을 켜는 것이 낫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 핵심운동원은 예전의 선거무용론이나 선거 보이코트론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한뒤 『잇따른 정치일정속에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여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이루기위해 출마시킨 민중독자후보가 대중성을 얻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이웃 은평을구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오 후보(45) 사무실에도 사랑방좌담회와 홍보물 투입에 대한 준비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보는 이미 「은맥회」라는 여성교실을 개설,이념강좌보다는 꽃꽂이·노래부르기 등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3천여명이 넘는 회원을 마련한데다 매일 아침 인근약수터를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기성정치인 못지않은 맹렬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기초의회선거 불참으로 민자당 압승이라는 결과를 맛봤던 재야운동세력들이 총선표밭을 열심히 일구고 있는 모습은 어쩔수 없는 몸부림인가,의미있는 변신일까. 진보세력의 원내 교두보진출 여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감춰져 있다.<서울 은평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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