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인 학교 설립 운동 홍순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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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홍콩에 사는 교민들이 한인학교를 세우기 위해 23억여원을 모금했다. 한인학교 건립에 앞장선 사람은 고견 여행사 대표 홍순원씨(58).
충북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 후 일본을 거쳐 64년 홍콩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자수성가한 의지의 한국인. 교민회 고문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어렵게 공부한 기억을 되살려 한인학교 설립모금운동 초기인 91년초 교민 중에서는 최대 액수인 미화 3만달러(약2천3백만원)을 쾌척했고 요즘은 홍콩을 찾는 여행객들의「쓰고 남은 잔돈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민들의 교육은 교포 사회의 정착과 발전을 결정하는 열쇠입니다. 그러나 본국의 성원과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해요. 엄청난 자금과 시설, 교사선발이 모두 어려운 일이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시급한 것 같아 홍콩을 다녀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펼치게 된 것입니다.』
여행뒤 쓰고 남은 동전은 환전이 잘 안되는데다 부담이 크지 않아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밝힌 그는 현재 교민 성금과 모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미 3백만달러(약23억원)가 모금됐다고 했다. 최근 홍콩 정부도 한인 사회를 위해 1천2백평 규모의 부지를 제공하는 등 올해 말까지 6백50만달러(약50억원)를 조성할 초·중·고 과정의 한인학교 설립 사업이 급진전되고 있다.
『홍콩에 사는 교민은 대략 4천명 안팎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상사 주재원이나 학생들이고 토박이들은 1천명에 불과합니다. 식당이나 모텔·쇼핑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지요.』
24명의 종업원에 연간1천5백만달러(약1백15억원)의 매출액을 올린다는 그는 홍콩이 환상적인 매력을 지닌데다 대단히 합리적인 도시라고 소개하고 홍콩의 장점은 모국에서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공산업·중개무역·관광을 중심으로 한 산업 외에도 연간 50∼60회 이상의 국제회의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각종 축제들로 외화를 빌어들이는 솜씨, 짜임새 있는 도시계획, 교통체증을 맵시있게 풀어 가는 행정 등은 특히 한 수 배워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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