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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간병인 턱없이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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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그러나 윤씨의 기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일 국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통과돼 내년 7월 시행되지만 정작 노인을 받아줄 시설이나 돌봐줄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중풍 등을 앓고 있는 노인이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건강보험에서 요양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집으로 도우미가 찾아가 목욕이나 식사를 챙겨주기도 한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노인이면 이용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평균 4.7% 더 내야 한다.

◆ 시설 부족=광주시 남구는 요양보험 시범실시 지역이지만 아직 노인전문요양원을 건립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21억원을 들여 올 1월 요양원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툭하면 중단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아직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국의 요양시설은 898개다. 복지부는 새 제도 실시 이전에 700여 개의 요양시설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각 지역에선 주민들의 반발과 재정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관계자는 "내년에 당장 시설이 필요한데 부지 확보도 못하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안양시는 민간시설까지 다 합쳐도 요양보험에 필요한 시설을 38%만 갖춘 상태다. 공공시설은 저소득층을 위한 노인전문요양원 한 곳뿐이다. 구로구.광진구 등 서울의 4개 구도 노인전문요양시설이 없지만 아직 신축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참여도 여의치 않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공익 기여 차원에서 노인요양원을 짓기 위해 인천.용인 등에 땅을 알아봤다. 그러나 인근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계약 직전에 번번이 좌절됐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김철중 회장은 "민간업체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한다면 제도 시행 전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인력 부족=복지부는 노인들을 돌볼 인력 5000명은 더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급한 대로 150시간 정도의 단기 교육을 받으면 노인 수발 요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이렇게 양성된 인력이 제대로 노인을 돌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의 김광수 과장은 "복지 마인드가 부족한 인력이 투입돼 오히려 수혜자들로부터 불만을 듣는 경우도 많다"며 "일반적인 요양 도우미들을 관리할 시스템과 체계화된 운영 매뉴얼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프라를 급히 늘리면서 서비스 질을 챙기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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