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업체 '티파니'아시아 담당 사장된 김미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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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보석업체 티파니의 아시아 지역 담당 사장에 티파니 코리아 김미셸(사진) 사장이 지난달 1일자로 임명됐다.

글로벌 명품 기업의 아시아 지역 책임자에 한국인이 임명된 것은 김 사장이 처음이다. 아시아 사장은 티파니의 전체 임직원 8100여명 중 서열 10위권에 해당하는 중요한 자리다. 티파니는 전세계에서 약 27억 달러(약 2조6000억원, 2006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보석 전문 기업.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으며 미국 내 64개를 포함해 전세계 16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번 승진 인사로 미국 이외 지역의 티파니 매장 103개 중 19개 매장과 4개국 지사의 임직원을 거느리게 됐다. 입사 17년 만에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인 성공 신화'를 일궈낸 그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티파니 매장에서 본지가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아시아 지역 중 한국 시장의 비중이 제일 작은데도 지역을 관할하는 사장에 임명돼 어리둥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스스로 충분한지 물어라"=김 사장은 "성공 비결도, 삶의 특별한 좌우명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하면서 한가지 지켜온 원칙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주어진 일에 대해 상사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일을 처리해 온 것이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보고받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부하 직원이 일을 어떻게 했는지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사 입장에서 궁금증이 생길 만한 사항이라면 담당자인 직원은 당연히 궁금해 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답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스스로 만족할 만큼 일에 열정을 쏟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재미있을 것 같았다"=1978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주한 김 사장은 미국 뉴욕의 콜롬비아대학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 있었지만 학비 대는 부모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공과대학에 진학했다"며 "91년 뉴욕 본사에 인턴으로 지원할 때도 티파니란 회사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공대엔 여자가 귀한 편이죠. 남자들 틈에서 연구에 몰두하느라 감성적인 것은 잊고 살았었고요.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한 마음에 순수한 열정만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시장 상황에 대한 문서작업, 조사 업무를 주로 하는 국제부 인턴으로 출발했다. "인턴 시절 사무실 곳곳에 정리돼 꽂혀 있던 세계 각 지역의 보고서를 다 읽고 나니 지난 일도 궁금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겠다 싶어'시작한 일이라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밤을 새워가며 보고서를 읽었지요."

그 결과 입사 3년째 되던 94년 미국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매니저가 됐고 한국 진출 준비를 맡아 고국에 돌아와 지사 설립(96년)과 동시에 한국 지사장이 됐다.

◆ "직장에서 성별.국적은 잊어라"=아시아계 여성이라서 겪은 설움은 없었을까. 그는 "단언컨대 동양계라서, 한국인이라서, 여성이라서 피해를 본 것도 이득을 얻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리어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직장여성들이 '나는 여자니까'라는 생각들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는 8시간 동안은 성별이나 국적 같은 것들은 잊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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