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전 자신에게 승부 걸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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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등 미국의 9개 명문대에 합격한 김은지양. 김양은'세계 무대에서 뛰는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상선 기자]

▶국적:한국

▶미국 시민권.영주권 유무:미국 땅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토종'

▶사는 곳:강화도에서 태어나 16년간 살다가 대원외고에 합격하면서 서울로 이사

▶합격한 대학:하버드대.웨슬리안대.웰즐리대.칼튼대.그리넬대(이상 장학금 포함), 브라운대.네바다대.카네기멜런대.노스캐롤라이나대 등 총 9개 대학

최근 미국 9개 명문대에 합격한 김은지(18)양이 밝힌 자신의 프로필이다. 2월에 대원외고를 졸업한 김양은 외국 체류 경험이 전혀 없는 순수 국내파로서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하버드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대원외고에서 올해 하버드대 합격자는 김양이 유일하다. 그것도 20만 달러에 이르는 4년 전액 장학금과 함께다. 어학연수 한번 가본 적 없고 과외를 받아본 적도 없는 '섬소녀'가 일을 낸 것이다. 김양은 합격 비결에 대해 "주어진 환경에서 유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는 김양을 만나 '미 명문대 합격 성공기'를 들어봤다.

◆강화도에서 대원외고까지=김양은 중학교 때까지 강화도를 떠나본 적이 없다.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항상 목말랐던 김양은 서울 유학을 결심했다. 집에서 읍내 중학교까지 하루 3시간 넘게 덜덜거리는 시골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김양은 대원외고에 진학하기 위해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네온 간판도 없이 어두컴컴한 시골길을 지나며 단어를 외우고, 잠자기 전에는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잤다.

외고 입학을 준비하면서 고교생들이 공부하는 수능 외국어영역 문제집을 있는 대로 다 풀었다고 한다. 부모님과 중학교 선생님들이 합격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말렸던 대원외고에 김양은 합격했다. 이때의 경험은 김양의 미국 대학 입학 지원서 에세이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국내파의 SAT.AP 공부 노하우=대원외고에 입학한 후에도 김양에게는 영어의 벽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학원에 다닐 여유는 없었다. 부모가 강화도에서 운영하던 식당을 접으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탓이다. 대신에 매일 밤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했다. 김양은 "해외 체류 경험이 많아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친구들에게 거침없이 물어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친구들이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또 CNN뉴스로 듣기 공부를 하고, 영문 주간잡지와 영어 소설을 읽으면서 독해와 단어 공부를 해결했다.

본격적인 SAT.AP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문제 유형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SAT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학원 교재를 복사해 공부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SAT 문제집을 사다 여러 번 반복해서 풀었다. 미국 칼리지보드 홈페이지에 나온 AP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기본이었다. 미국사.유럽사 등의 과목은 한글로 된 단행본을 함께 읽었다. 미시.거기 경제 과목은 경제학 기본서와 세계적인 기업경영인들의 자서전.평전을 읽으며 공부했다.

◆과외활동.인턴십은 스스로=김양은 고3이던 지난해 몽골과 폴란드에 다녀왔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김양 스스로 찾아낸 기회들이었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주관한 몽골 방문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기획서를 내서 선발됐다. 또 한국-폴란드 정부 간 청소년 교류에 뽑혔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청소년운영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김양은 "과외활동 경험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돈 주고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하는데, 잘 찾아보면 돈 안들이고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 국가청소년위원회,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미지센터 홈페이지를 컴퓨터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했다. 또 초등학교 때 배운 서예로 인근 미혼모 보호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각종 서예대회에서 수상 경력도 쌓았다.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김양이 서울의 대형 호텔 CEO들을 찾아다니며 "장학금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던 경험은 그의 에세이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였다.

"강화도에서 출발했지만 나의 무대는 전 세계"라는 김양은 올 가을 미국 하버드대에서 대원외고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If you can dream it, you can do it."(꿈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도 있다.) 김양이 중3 이후 좌우명으로 삼아온 말이다. '순수 토종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글=박수련 기자 <fricasu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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