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 치중하면 성장은 뒷걸음"|이형순 교수·지만원 박사 군축관련 저서 통해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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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군사력과 경제력은 역함수관계에 있으며, 그 상호간에 균형이 깨질 때 국력은 쇠퇴한다는 군축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거시적으로 살핀 두 권의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형순 교수의 『군축의 경제학』과 예비역 육군대령이며 경영학 박사인 지만원씨의 『군축시대의 한국군,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가 바로 이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두 책은 남북한 평화공존, 일본의 패권주의 경계, 통일 이후 한민족 번영 등을 외해 고르바초프가 제안한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 즉 방어하기에는 충분하나 선제공격을 하기엔 부족한 선까지 군사력을 줄이고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감축되는 국방예산은 첨단무기를 도입하는데 쓸 것이 아니라 경제발전에 파급효과가 큰 다른 산업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교수의 『군축의 경제학』은 1961년부터 1982년 사이 남한의 국방비 증가속도는 GNP 증가속도의 약 1.5배였고 북한은 1.4배였다는 것을 국내학자의 연구논문을 인용해 밝히고 있다.
남북한이 모두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국방예산을 증가시킴으로써 그만큼 경제성장에 주름살을 안겼음을 보여준다.
세계질서가 군사력대신 경제력을 중심 축으로 재편되는 지금 남북한이 군비경쟁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데 두 저자는 의견을 같이 한다.
이 교수는 『군축의 경제학』에서 한국군을 40만 명 수준으로 줄일 경우 국방비의 38.9%, 정부예산의 10.8%가 감소하며, 91년부터 96년까지 5년 동안의 군축효과는 91년 불변가치로 15조5천3백7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경부고속전철 3개를 놓고도 2조원이 남는 금액이다.
한편 이 교수는 남북한 군축과 경제협력의 불가피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풀이한다.
첫째 북한은 외국의 기술과 자본이 도입되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할 단계에 와있고, 둘째 동남아시아를 「엔 경제권」으로 묶어놓은 일본이 수년 안에 북한을 공업화, 남북한을 경쟁시키며 한반도 통일 및 이 지역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고, 셋째 한반도는 영토의 협소성과 인구에 비춰 남북한을 합쳐야 적정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누리면서 21세기 지역 분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점을 감안, 어려운 정치문제들을 괄호 속에 넣고 북한이 줄어든 국방예산을 경제발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군축과 경협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정치·군사·교류의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북한방식보다 신뢰구축→군사통제→군축→평화통일을 주장하는 남한의 기능주의적 방안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씨는 『남북한이 싸우지도 않을 전쟁을 위해 1백70만 대군을 유지한다는 것은 난센스고 이는 다가올 경제전에서의 공멸을 자초할 뿐』이라며 『남북 군사문제는 「상호군축」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서로를 겨냥했던 총부리를 한데 모아 불특정국을 가상적으로 한「군사공동체」를 형성해 내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합리적 충분성의 기준에 비춰 남북한 쌍방이 각각 30만 명 수준으로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 합당하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남한이 먼저 과감하게 군축을 선도할 필요가 있고, 이는 바로 남북 정상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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