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호응에 공연 불안 말끔히 씻겨"|제주 시향 서울 연주 지휘 제주대 이선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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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재정·인적 자원이 빈약한 제주 시향이 예술의 전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단원들의 희생적인 노력과 음악홀을 가득 메워준 도민과 음악 애호가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현대 음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에서 창단 때부터 8년 동안 시향을 맡아 이끌어온 지휘자 이선문씨 (46·제주대 교수)는 지난 주말 연주회가 끝난 직후 2천여 청중에게 감격스런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92교향악 축제에 네번째로 연주한 제주 시향은 90년 처음 참가한 후 이번이 두번째 서울공연. 『제주 음악인들이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을까』하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청중이 얼마나 와 주겠는가』하는 불안감 때문에 지휘자 이 교수 등 시향 관계자들은 연주일이 다가옴에 따라 날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이같은 우려는 말끔히 가셨고 악단과 청중이 혼연일체가 되어 단원들의 열연과 환호의 박수로 홀 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졌다.
지휘자 이 교수는 『예상 밖의 성원과 음악 애호가들의 제주 시향에 대한 관심에 처음엔 당황하기조차 했으나 이같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단원들을 격려,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인구 20만명의 제주시에 교향악단이 창단된 것은 87년. 이에 앞서 85년 시향의 전신인 제주 최초의 기악합주단인 탐라 합주단이 창단 됐으나 재정 뒷받침이 안 돼 65명 단원이 모두 비상임으로 연습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휘자 이씨는 연습실마저 없어 학교 강의와 단원들의 근무 후 밤에 자신의 집 거실과 안방을 터놓고 연습했고 월급 봉투에서 야식비를 대며 유지해왔다.
이 교수는 『이번 연주회 성공에는 제주시에 신설된 예술과 관계자들이 매일같이 들러 격려해 주고 공연복을 만들어 주는가 하면 홍보를 위해 서울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덕도 컸다』고 했다. 【제주=신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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