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3불 홍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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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섰던 대입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신일(사진) 교육부총리가 대학 총장들과 교수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10일 "최근 대학들이 제일 문제 삼는 것이 소위 '3불'을 집어치우라는 것"이라며 "(국가 장래가 걸린 문제를) 내로라하는 분들이 이렇게 흔들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 이화여고에서 열린 학부모.교장.교육청 관계자 등 1600명 대상 특강에서다.

3불정책을 '대학 경쟁력의 암초'라고 비판한 서울대 장호완 교수와 폐해를 지적했던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 대학교육협의회 이장무(서울대 총장)회장, 고려대 한승주 총장서리 등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김 부총리는 "고교등급제는 선배들의 성적으로 후배까지 도매금으로 넘기겠다는 '현대판 연좌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걸 과연 우리가 용납해야 하느냐. 수능과 학생부를 합쳐 얼마든지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본고사가 부활되면 대학 입학시험이 고교 교육을 주무르게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은 존중하지만 고교의 공교육을 뒤흔드는 게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상급 학교(대학)가 하급 학교(고교)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3불 홍보 투어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 그는 "한 사회의 도덕적 중심지가 돼야 할 대학이 그런 식으로 재정을 확보하려 하면 안 된다"며 "돈.배경 없는 사람 기죽이지 말라"며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3불정책은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로 더 이상 흔들려선 안 된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확실히 방향을 잡고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오후 3시부터 1시간20분간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행사를 위해 교육 당국이 학부모 등을 강제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교육청 담당자들은 강연에 앞서 출석 체크까지 했기 때문이다. 참석자 1600여 명은 서울 소재 중.고교의 학부모 대표 한 명씩과 교장, 교육청 직원, 시민단체 대표 등이다. 강연이 지루한 듯 일부 참석자는 졸기도 했다. 박모 교장은 "교육청에서 꼭 참석하라는 공문을 보내와 마지못해 왔다"고 말했다. 고3 학부모 김모(50)씨는 "3불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도 사교육비가 한 달에 300만원씩 든다"며 "억지로 오라고 해서 왔는데 교과서적인 말만 들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B중 교장은 "김부총리가 전국을 다니며 3불을 홍보하는 게 결과적으로 대학들과 싸우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시.도 교육감회의를 통해 3불정책 특강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을 뿐 강제 동원은 없었다"며 "김 부총리의 전국 '3불 투어'는 다음달까지 20차례에 걸쳐 진행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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