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1위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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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엔씨소프트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2위 업체 넥슨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해 3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려 엔씨소프트(3387억원)를 바짝 따라붙었다. 두 회사의 매출 차이는 2004년 1795억원, 2005년 1211억원으로 계속 좁혀져 왔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넥슨이 지난해 800억원대의 실적을 올려 엔씨소프트(500억원)를 추월했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 내놓은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인 '리니지'에 이어 '리니지Ⅱ'(2003년)가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 최고의 게임회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 3~4년간 100억원대를 투입해야 하는 대형 MMORPG에 치중하다 보니 최근 몇 년간 히트작을 못 내놔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대우증권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는 2005년 '길드워'를 출시했지만 게이머의 주목을 받지 못한 데다 이후 별다른 후속작도 내놓지 못했다"며 "MMORPG에만 집중하다 보니 가볍게 게임을 즐기려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넥슨은 MMORPG인 '바람의 나라'(1997년)와 '메이플스토리'(2003년)가 꾸준한 인기를 끌어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2004년 선보인 레이싱 게임(일종의 자동차 경주 게임)인 '카트라이더'와 2006년 출시한 1인칭 슈팅게임(화면 속 총으로 적을 무찌르는 게임) '워록' 등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3년 만에 매출이 네 배 넘게 늘었다.

푸르덴셜증권 한익희 애널리스트는 "바람의 나라나 카트라이더 같은 흥행게임이 장수할 조짐이어서 넥슨의 미래는 밝다"며 "넥슨이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데 몰두한 엔씨소프트와 달리 중소 게임사의 게임 배급까지 사업영역을 넓힌 것도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올해에도 기대되는 신작 게임이 많아 30%대 신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엔씨소프트 측은 1위 수성을 위해 개발 중인 대작 게임 '아이온'을 연내에 내놓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한국게임산업개발원).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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