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타락운동 「거창」뿐인가/박보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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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당은 지구당개편대회에서 현금을 돌린 경남 거창의 이강두 위원장을 전격 교체해 놓고 총선의 금권·타락양상에 대한 자정의지의 과시로 비춰지길 기대하고 있다.
김윤환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26일 『공명선거를 치르겠다는 노태우 대통령과 우리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지구당에 선거법을 준수토록 환기하는등 부산을 떨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23일 김영삼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편대회가 끝난뒤 중간간부가 당원들에게 돈을 나눠주다가 사진기자들에게 들켜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진 것.
청와대와 당측의 사실확인결과 점심을 거른채 참석한 당원 18명에게 점심값으로 5천원씩 돌렸음이 밝혀졌다는 것인데 돈을 돌린 중간간부만 처벌하자는 동정론도 있었으나 「일벌백계의 정신」(김대표)으로 정치적 사형선고인 위원장직을 박탈했다는 설명이다.
민자당측은 돈의 전체액수(9만원)로 보아 사안이 경미한데도 중형을 내린 것을 중점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창당·개편대회가 시작된뒤 연일 계속된 향응·금권시비에 대해 두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소동을 떨고있는 느낌이며 이위원장의 경우 명백한 사진증거 때문에 시범케이스에 걸려 희생양이 됐다는 당내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13대의 4·26총선당시 안동시에서 일어났던 민주당 권중동 후보의 우편을 통한 돈봉투 대량 살포사건이 총선결과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해 이씨를 부랴부랴 「희생양」으로 선택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금을 돌리는 현장이 사진에 찍히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일인데 「재수없이 걸렸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으며 돈을 받은 당원이 18명이라는 발표를 사진에 포착된 인원에 짜맞춘 것이라는 의문도 따르고 있다.
심지어 이위원장(전주러시아공사)의 당내 위치가 미미해 공천교체까지 당했다는 당내 시선이 있으며 대규모 당원동원으로 말썽을 빚은 대구동갑(위원장 김복동) 영양­봉화(강신조)의 케이스와 비교되고 있다.
대구동갑의 경우 등산모·스카프제공,술대접문제가 아직 분명히 정리되지 않고 있으며 영양­봉화의 식권 대량배포에 대한 선관위의 조사도 엉거주춤하고 있다.
민자당이 공명선거의지를 평가받기 위해선 이제까지 물의를 빚은 이런 지구당대회에 대해 보다 과감한 처리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금권동원의 수법은 음성화되고 재발방지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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