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화랑 가 고서화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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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새봄 화랑 가에 비중있는 고서화전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어서 고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27일∼3월7일 학고재 화랑에서 열리는 「조선후기 그림과 글씨전」을 비롯해 29일∼3월15일 용담화랑의 「송죽헌 소장 고서화전」, 그리고 3월25일∼4월25일 덕원미술관의 「조선시대 서화·도자 명품전」등.
이밖에 국립중앙 박물관에서는 25일부터 3월22일까지 「겸재 정선전」이 열리고 있다.
이들 고서화전에 출품되는 고서화들은 대부분 개인소장가들이 오랫동안 수집, 비장해 온 작품들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또 출품작들 가운데는 국보·보물급 문화재도 상당수 끼여있어 더욱 주목된다.
이처럼 개인소장품들이 대거 선보이게 된 것은 지난해 한국 고 미술품이 소더비·크리스티 양대 국제경매에서 크게 각광받으면서 국내에도 고미술 붐이 서서히 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고재화랑 대표 우찬규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미술품을 소장하고있는 이들의 문의·확인이 부쩍 늘어났다』고 밝히고 『미국·일본 등지로부터의 고미술품 수입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17세기중엽의 인조 때부터 18세기중엽 영조 때까지의 고서화명품 40여점이 소개되는 「조선후기 그림과 글씨전」은 이태호(전남대)·유홍준(영남대)교수가 지난 1년여 동안 개인 소장가들을 설득해 마련한 보기 드문 전시회다.
이 때문에 모두 비매품으로 마련된 이 전시회에는 그 동안 기록으로나 화집을 통해서만 보아온 걸작들이 대거 선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작품은 허주리징의 6폭 『난죽병』과 겸재정선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장주 묘암도』.
이징의『난죽병』은 그 동안 조광조의 『정암집』 등 문헌을 통해서만 알려져 오던 것이다. 『장주묘암도』는 주자의 장주지사 시절의 일화를 담은 일종의 상상화로 어명에 의해 그려진 「작자 미상작」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교수의 고증결과 정선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시회에는 이밖에 호생관 최북의 『공산무인』, 공재 윤두서의 『석공도』, 표암 강세황의 『겨울산수』등 회화사의 명품들이 선보인다.
「송죽헌 소장 고서화전」은 20여 년간 고 미술품을 수집해 온 김승자씨(52)의 소장품 60여 점을 처음 공개하는 전시회다.
다산 정약용의 글씨와 화조화 각6폭을 비롯해 단원 김홍도의 『산수화』심산 노수현의 대작 『응송도』, 옥봉 백광훈의 『서첩』등 그림·글씨와 함께 벼루·불경·부적·도자 등도 다양하게 출품된다.
「조선시대 서화·도자 명품전」역시 오랫동안 고 미술품을 수집해온 이헌씨가 서울인사동에 덕원 미술관((723)7771)을 개관하면서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회.
서화 47점, 백자 73점, 분청사기 38점 등 1백58점을 선보이는데 특히 백자와 분청사기에 뛰어난 명품들이 많다.
한편「겸재 정선전」에는 조선후기의 진경산수를 확립한 겸재의 대표작 『인왕령색도』등 50여 점이 선보인다.
특히 정선이 76세 때 그린 대표작 『인왕령색도』는 그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낸 것으로 진경산수의 참모습을 맛볼 수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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