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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전역 네온사인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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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 교토시는 9월부터 건물의 옥상광고와 네온사인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신축하는 건물 높이도 31m(대략 10층) 이하로 규제하기로 했다. 시내 모든 지역에서 이 같은 경관조례를 적용하는 것은 일본 지자체 중 처음이다. [지지통신 제공]

'건물 높이 10층 이하로, 건물 옥상에 광고판 설치 금지, 네온사인(점멸조명) 간판 전면 금지'.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京都)시가 무분별한 고층건물 건설로 역사 유적들이 경관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특별 조치를 마련했다. 시는 이달 초 이러한 내용의 '교토시 조망 경관 조례'를 제정하고 9월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위반자에게는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한다. 시내 일부가 아닌 모든 시가지에 이처럼 엄격한 경관 조례를 적용하는 것은 일본 지자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절과 궁전 등 각종 문화유산이 즐비해 연간 4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1000년의 고도' 교토가 마구잡이 개발로 고층건물 숲에 둘러싸이면 곤란하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건물의 제한 고도가 현행 45m에서 31m(10층 상당)로 낮아지면서 시내 1800개 건물이 '부적격'이 됐다. 이들 건물은 바로 철거되지는 않지만 노후화돼 다시 지을 때는 새 조례가 적용된다. 또 옥상광고와 네온사인은 허가 갱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7년 이내에 시내 전역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게다가 시가 정한 38곳에서는 새로 짓거나 개축하는 건물의 디자인도 '환경 및 경관친화적'인 것으로 규제된다. 주변 고적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런던 등 유럽 도시에서 적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화유산으로 가득 찬 교토지만 경제성장이 한창일 때 건물 고도 제한을 60m 이하로 완화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흉한 고층 맨션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문제로 지적돼 왔다.

도쿄도도 이달 1일부터 적용되는 개정 경관 조례에 따라 신주쿠교엔(新宿御苑) 등 네 곳의 공원 인근지역 20m 이상의 건물에서 옥상 광고물 설치를 금지했다. 기존 설치물은 3~4년 내에 철거된다. 높이 60m 이상 모든 건물의 외벽 색상을 자연친화적인 색으로 채도를 낮추도록 했다. 선명한 원색은 못 쓰게 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교토의 획기적인 경관 보호책은 앞으로 일본 도시들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시 등 일본 내 27곳의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이 같은 경관 보호 조례 제정에 나섰다.

그러나 부동산.광고 업계에서는 "일률적인 규제는 곤란하고 도쿄 긴자(銀座)의 업자들이 관할 구청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지역별로 독자적인 규칙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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