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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빨간 옷 마법'의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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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검은 스웨터를 입은 우즈가 11번 홀에서 4번 아이언을 부러뜨린 뒤 낙담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오거스타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는 대회 마지막 날마다 빨간색 상의를 입는다. 1996년 프로에 데뷔한 뒤 단 한번의 예외도 없었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우승하는 우즈의 매직쇼는 빨간 티셔츠에서 나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런데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우즈는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안쪽에 빨간색 깃이 보이긴 했지만 대회 마지막 날 검은 옷을 입은 우즈의 모습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그 이유는 오거스타의 날씨가 예년처럼 더울 것으로 예상해 반소매 티셔츠만 챙긴 탓이었다. 우즈는 오거스타의 기온이 섭씨 10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쌀쌀해지자 고육지책으로 빨간색 반소매 티셔츠를 안에 입고 그 위에 검은색 스웨터를 걸쳐 입었다. 그 때문일까. 우즈는 1타 차 2위로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면서도 골프 황제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1번 홀부터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고비 때마다 경쟁자를 압박하던 카리스마는 사라진 듯했다. 11번 홀에서는 나무 뒤에서 세컨드 샷을 하다가 아이언 샤프트가 부러지는 불운이 이어지기도 했다.

13번 홀(파5)에서 극적인 이글을 잡아내며 추격의 불씨를 댕겼지만 선두 잭 존슨을 2타 차로 추격하던 15번 홀(파5)에서 세컨드 온을 노리며 친 두 번째 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서 추격의 맥을 끊어놓았다. 16번 홀(파3)에서 약 2m 거리의 버디 퍼팅을 놓친 것도 우즈답지 않았다. 15번 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지만 않았다면, 16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우즈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일요일마다 보여주던 마술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도 역전 우승에 실패하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역전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달갑잖은 징크스만 이어가게 됐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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