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읽는 풍토 조성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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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30∼40대 주부들이 주축이 된 독서클럽이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러 도서유통체계의 새로운 통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제의 독서클럽은 90년6월 서울송파구신천동 한신코아 오피스텔 7백20호에 20평 남짓한 아담한 독서방을 차린「이달의 책」.(416-3638).
현직교수·유아원장·전직교사 등 50대 주부 7명이 발의하여 회원 1백명으로 출발한 이 독서클럽은 1년6개월만에 회원이 8백명으로 늘어났다.
또 여러 회원들의 희망에 따라 지난해 12월「어린이 독서클럽」도 발족, 어린이 회원 63명을 확보했다.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은 철저한 봉사정신. 이 독서 클럽은 매달 양서 한권씩을 선정, 20∼30% 할인한 서점출고가격으로 책을 일괄 구입한 뒤 회원들에게는 구입원가로 우송해 준다.
회원들은 안방에 앉아서 좋은 책을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출판사는 한꺼번에 8백권을 현금 판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2천권만 말리면 제작비를 건질 수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이는 양서출판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또 이 독서클럽은 「이달의 책 소식」이라는 4쪽짜리 소식지를 매달 발간, 회원들에게 부쳐준다.
이 소식지는 책 선정경위, 회원들의 독후감뿐만 아니라 신간정보, 추천도서목록 등을 싣고 있다. 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바쁜 생활로 서점에 갈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거나 막상 서점에 가더라도 수많은 출판물 속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밖에 작가와의 만남 등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 여가를 보람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독서방을 항상 개방, 좋은 분위기에서 책을 읽거나 다른 회원들과 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이 독서클럽의 회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여자가 90%로 압도적이며 처음에는 50대 주부가 주축이었으나 지금은 30∼40대 주부가 중심이다. 치역별로는 서울과 지방이 반반씩 고르게 분포돼 있다.
관리비·우편료·직원 급료·소식지 제작비등 한달에 약 2백만원의 운영비는 가입비와 연 회비로 충당한다(가입비 1만원, 연회비 1만5천원). 그러나 회원 8백명으로는 운영비가 늘 부족하다. 연 회비로는 우송료와 소식지 제작비를 간신히 메울 정도다.
모자라는 부분은 운영위원7명이 생활비에서 쪼개 보태고 있다.
독서방으로 쓰는 사무실도 운영위원 중 한명이 무료로 내놓았고, 개설 당시 컴퓨터·장서용 도서·책상·서가 등 비품을 마련하는데 들어간 1천5백만원도 운영위원들이 부담했다.
『회원들이 많이 늘어나 가입비만으로 독서클럽을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표운영위원 김동연씨(52·주부)의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서유통체계는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도서관은 당국의 무관심과 예산부족으로 독서실 역할밖에 못하고 서점들도 진열공간이 태부족, 출간된지 얼마 안되는 책들이 구간으로 처리, 반품되는 실정이다.
전국 도서관정보의 전산망이 95년께나 완성될 정도로 도서정보 전달체계도 낙후돼 있다.
이 때문에 도서관과 서점·통신판매 등 기존 도서유통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통로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달의 책」같은 순수한 독서클럽의 확산이 도서유통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탈출구가 되길 기대한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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