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프로야구 용병수입의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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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프로야구에도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외국선수 스카우트 적극 검토방침에 따라 빠르면 내년부터 용병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과 야구 스타일이 비슷한 대만은 지난 90년 프로야구를 시작하면서 외국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 운영하고 있다.
과열 스카우트의 우려 때문에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외국선수 도입 실태는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8년 늦게 프로야구를 시작한 대만은 첫해부터 용병을 수입, 기대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
대만은 당초 4명까지 외국선수의 수입을 허용했으나 지난해는 1명 더 늘려 5명까지 용병들을 둘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엔트리에는 4명, 경기에는 3명까지 출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외국선수들의 지나친 유입을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또 첫해에는 대리인(에이전트)이 외국에 나가 선수를 발굴, 일정액을 받고 구단에 소개하는 시스팀으로 운영됐으나 지난해부터는 구단 스카우트가 유망선수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주로 파나마·도미니카·미국 등에서 수입되는 용병들은 미 프로야구 더블A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당장 주전으로 투입될 정도면 연봉이 6만달러(약4천5백만원)로 우리나라 20위권.
그러나 대만 주전선수의 평균연봉(약4천만원)보다는 많은 금액인데 대만선수들과는 달리 계약금이 따로 지급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펀치력과 강속구를 자랑하는 이방인들의 등장으로 팬들은 보다 흥미 있는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됐지만 감독들은 이들 때문에 종종 골치를 썩인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팀의 통솔. 처음 대만에 들어온 용병들은 서구식 생활습관에 젖어 동양식 단체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개성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훈련을 주장하기 일쑤다.
웨이취안(미전)팀의 쉬성밍(서생명·35)감독은 『첫해에는 사고방식이 달라 무척 애를 먹었으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 이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설명한다.
한편 언어소통을 위해 각 팀들은 통역을 두고 있으나 선수가 어느 정도 의사 전달이 가능해지면서 그 숫자를 점차 줄여 나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모두 19명의 외국선수 중에서 6명은 인기와 연봉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면서 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대만은 프로야구시작과 동시에 우수한 외국선수들을 적당한 대우로 수입, 연봉 인플레 현상을 겪지 않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외국선수를 잘만 도입, 운용한다면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베이(대만)=김상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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