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기자콩밥시식기] 콩밥이 보리밥으로 바뀐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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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으로 상징되는 재소자 음식. 그러나 실제 콩이 들어간 콩밥이 재소자의 밥상에서 자취를 감춘 건 벌써 20년이나 지났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행형법' 규정에 따라 재소자에겐 콩이 섞인 콩밥을 주었다. 쌀과 보리와 콩의 비율이 3대5대2인 잡곡밥. 쌀이 귀한 탓도 있었지만 워낙 부식이 부실하다보니 영양덩어리인 콩을 통해 재소자들의 영양실조를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급식한 것이다.

그러나 86년 규정이 개정되면서 콩밥이 사라진다. 콩을 빼고 쌀과 보리를 반씩 섞은 50% 보리밥으로 바꾼 것이다. 싸면서도 최고의 영양식으로 꼽히는 콩이 주식 재료에서 빠진 것은 콩밥의 부정적 의미 때문. 사회적으로 '콩밥 먹으러 간다'가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속어로 통함에 따라 콩의 퇴출(?)을 결정한 것이다. 명분에 실리가 밀린 셈이기도 하다. 그 뒤로 20여 년 동안 보리밥의 비율이 조금씩 개선됐는데 40% 보리밥(89년), 30% 보리밥(94년)을 거쳐 현재의 20% 보리밥은 95년부터 내고 있다.

한편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콩밥의 이미지는 까만 콩이 들어간 밥. 그러나 재소자들이 먹던 콩밥은 까만 콩이 아닌 대두라는 콩을 넣고 지은 밥이다. 밥을 지으면 노랗게 변하는 콩이었으므로 재소자의 콩밥은 까만 콩밥이 아닌 노란 콩밥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재소자의 밥으로 콩밥이 다시 등장하긴 어려울 듯하다. 웰빙 붐을 타고 콩 값이 너무 뛰었기 때문. 2일 현재 흰쌀(정부미)의 값은 ㎏당 1961원인 데 비해 콩은 ㎏당 2857원을 웃돌고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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