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영화와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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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비디오 프로그램의 주요 대상인 영화는 비디오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 이래 그 외형과 질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들어 영화 제작비의 반 이상이 비디오업체에 의해 미리 제공되거나 비디오시장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디오 시청자들의 방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나 방화 중 비디오로 나온 것은 절대 부족해 비디오 제작사들은 치열한 영화 판권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제작에 들어간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 최근 개봉한 화제작 『명자 아끼꼬 쏘냐』의 경우 판권계약이 4억원대를 호가하고있다.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2』의 경우 미디아트가 1억5천만원에 비디오 판권을 사 6만장 이상의 비디오를 판매, 두배 이상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져 방화를 비디오로 유통시키는 것도 충분히 타산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장에서도 6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 그해 최고 흥행영화가 되었던 『장군의 아들』1, 2부『남부군』『나의 사랑 나의 신부』등은 비디오 대여점에서도 외국영화 못지 않게 인기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처럼 비디오 시장이 영화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됨에 따라 제작되는 영화의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보다 큰 수입원인 비디오를 염두에 두고 영화가 만들어져 극장용 70㎜대형화면 영화제작은 현저히 줄게됐다. 91년 미국 최고 흥행을 기록한 『터미네이터2』도 대형화면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1억2천만달러라는 많은 제작비를 과감히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비디오시장 수입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비디오 판매수익까지 계산해 볼 때 두배 가량의 흑자를 보고 있다.
영세한 국내 영화업자들도 비디오 판권 수입을 감안, 최근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대형영화 『하얀 전쟁』『명자 아끼꼬 쏘냐』등을 과감히 시도 할 수 있게됐다.
반면 저질 준포르노인 비디오 전용 방화는 91년엔 90년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55편이 제작돼 비디오 시청자들도 점차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극장 개봉영화면 어느 정도비디오로도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보통인 가운데 일반영화들이 수준이 낮은 비디오용 영화를 내몰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위주로 하는 영상 제작사들인 현대·선경·삼성 등의 대기업 계열 프러덕션들도 일반 극영화 제작에 손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경우처럼 비디오 제작사·영화제작자와의 관계가 활성화되면 한 편의 영화가 극장-비디오-TV-유선방송-덤핑 비디오 순서로 오랫동안 시청자 곁을 떠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비디오수입이 영화제작에 본격적인 영향력을 미치게되면서 극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일부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컬트영화·예술영화·실험영화가 설 땅도 생기게 될지 모른다. 특히 이러한 비흥행 명작들을 중심으로 비디오 시장이 대여 위주에서 비디오 광들에 의해 판매위주로 바뀌게 되는 길도 열리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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