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만 大選자금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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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5대 기업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를 구속함으로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사팀은 기업 수사를 연내에 끝내겠다는 계획이어서 대선자금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대선자금 수사는 몇 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게 한다. 무엇보다 수사의 형평성 문제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 진영의 경우 최돈웅 의원이 1백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더니 또다시 徐변호사의 1백50억원 수수 혐의가 불거졌다. 반면 지금까지 드러난 당시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진영의 대선자금 수수 규모는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대선 전의 후보별 지지도를 감안하면 대선자금 쏠림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산술적인 형평을 기할 수는 없다. 또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수사의 우선 순위나 발표시점에 따라 유.불리가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후보 단일화 이후엔 이런 쏠림현상이 달라졌다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盧후보 측의 불법 대선자금 부분도 함께 수사하고 공개해야 형평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

검찰이 盧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 장기간 수사를 외면해 오다 국회의 특검법안 처리를 전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단적인 예가 썬앤문 수사다. 검찰은 이미 지난 4월 썬앤문 그룹 전 부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녹취록을 확보하고서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8개월이 흐른 지난주에야 盧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이 그룹 문병욱 회장을 구속했고, 李전실장이 文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근 수사가 이러니 눈치보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은 승자나 패자에 똑같은 잣대와 칼을 들이대야 한다. 지난 몇개월간 박수를 치던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