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맡긴 돈 굴려주는 대가 모르고 떼이면 배 아프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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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러스트=강일구]

펀드 투자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하다. 펀드에 돈을 넣자마자 통장에 찍힌 돈이 내가 넣은 돈에 못 미친다는 것을. 1000만원을 넣었는데 10만원 넘게 사라졌다. 하루라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게 금융기관의 '도리'련만 되레 돈을 떼 간다. 돈을 대신 굴려주는 데 대한 보답이라지만 석연치 않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그래서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라는 펀드의 특성을 맨 처음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펀드에 가입했다면 감수해야 하는 게 수수료.보수다. 속는 기분 안 들려면 이 돈을 어떻게 떼 가는지 아는 게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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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수수료와 보수=펀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크게 수수료와 보수다. 수수료가 한 번만 내면 되는 일회성 비용인 데 반해 보수는 환매하기 전까지 꾸준히 내야 한다.

수수료에는 세 종류가 있다. ▶펀드 가입 때 판매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내는 선취수수료 ▶일정 기간 투자 후 내는 후취수수료 ▶펀드를 너무 일찍(보통 90일) 환매하는 데 따른 징벌적 의미로 부과하는 (중도)환매수수료 등이다. 대개 선.후취 수수료를 내는 상품에는 환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국내 펀드는 대부분 선취수수료를 받는다.

보수는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운용보수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지급하는 판매보수 ▶은행 등 자산보관회사에 지급하는 수탁보수 ▶일반업무에 대한 사무관리보수 등이 있다. 여기에 주식 매매 거래비용 등을 포괄하는 기타 비용을 합치면 '총보수.비용 비율(TER)'이 된다.

보수는 매일 계산된다. 예를 들어 총보수가 2.5%인 주식형 펀드에 1000만원을 넣었다면 하루에 0.0068%(2.5%÷365일)를 보수로 뗀다는 얘기다. 만약 펀드 가입 후 첫날 평가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0.0068%인 680원을 보수로 떼 간다. 둘째 날 주가가 떨어져 평가금액이 950만원이 됐다면 0.0068%인 646원을 뗀다. 주가 등락으로 평가금액이 불어나든 줄어들든 상관없이 무조건 0.0068%를 뗀다.

◆한 푼이라도 아끼자=2005년 수익률이 100%를 웃도는 펀드가 속출할 때는 펀드 비용을 문제 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수수료 1% 차이가 우스워서다. 그러나 지난해 수익률이 주저앉자 투자자들은 수수료.보수도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수익률이 같더라도 수수료.보수 등에 따라 실제 손에 쥐는 돈이 차이 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용이 비싸다고 펀드 수익률이 높고, 비용이 싸다고 수익률이 낮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용 체계를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운용 방식이 같고 수수료.보수 체계만 다른 '멀티클래스 펀드'라면 더욱 그렇다. 비용 부과 방식에 따라 장.단기 투자 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운용사마다 클래스 명칭을 제각각 붙였으나 지난해 말 이후 이를 통일했다. 선취수수료가 있으면 클래스 A, 후취수수료가 있으면 B, 둘 다 없으면 C, 둘 다 있으면 D로 구분한다. 법인용 펀드에는 I를 붙인다.

클래스 A 상품은 선취수수료가 있는 대신 보수가 싸다.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업종대표주식1' 클래스A의 경우 선취수수료와 보수를 합쳐 첫 해에는 약 3.05%를 비용으로 부담한다. 반면 클래스C는 보수만 2.55% 내면 된다. 1년 투자할 경우(투자 수익률 연 5%, 기타 비용은 0.17%로 가정)엔 클래스 A는 32만7550원, 클래스 C는 27만8800원을 낸다. 그러나 2년째부터 클래스 A는 보수만 2.05%다. 첫 해에는 클래스 A가 약 5만원을 더 부담하지만 5년 후에는 클래스 C의 비용이 18만원가량 더 든다. 제로인 허진영 연구원은 "장기 투자할수록 선취수수료를 내는 펀드가 유리하다"며 "자신의 투자 기간을 잘 따져 적합한 클래스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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