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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자 전인교육 시킨다/사법연수원 교육과정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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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실무·학과교육 80시간 줄여/전통예절·예능과정 등 신설/시험과목도 7개로 축소… 3월부터 시행
오직 성적·점수경쟁의 각축장이던 사법연수원에 전인교육바람이 불고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달 31일 20여명의 교수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과정에 관한 전체교수회의를 열고 이론 및 실무교육에 치중하던 과거와는 달리 3월초 들어오는 신입생부터는 전인교육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했다.
교수회의는 연간 6백41시간이던 실무·학과교육시간을 5백61시간으로 80시간 줄이고 대신 교양과목과 체육 등으로 대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식 전통예절 ▲서양음악 소개 ▲서양화 및 주소 ▲대인화법 ▲건강관리법 등 다채로운 교양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으며 체육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연수원측은 인간문화재등 전문강사를 초빙,한복 입는법·절하는 법 등 전통예법과 서양 고전음악과 미술작품 감상법 등도 가르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비교적 비사교적인 법조인들의 단점을 바로잡기 위해 ▲리더십 기르기 ▲대인화법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도 교육할 예정이다.
이번 교과개편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체육활동.
그간 연1∼2회의 체육대회 이외에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던 체육시간을 2∼3주에 한번씩 철저히 시행토록 했다.
또한 모두 11개였던 시험과목도 7개과목으로 줄여 영미법·국제사법 등 4개 교과목을 없앴다.
이같은 결정은 현재 연수원생 3백여명중 1백50여명만 성적순에 의해 판·검사로 임관할수 있다는 현실 때문에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예비법조인들이 연수원에서도 시험에만 매달려 폭넓은 인격적인 소양을 쌓을 기회가 전혀 없다는 지적때문.
김재철 사법연수원장은 『훌륭한 법조인이 되기위해서는 폭넓은 인생경험과 다른 분야에 대한 교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한뒤 『사시합격을 위해 딱딱한 법전만 파온 연수원생들이 계속 성적에만 매달린다면 어떻게 원만한 법조인이 될 수 있겠느냐』며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도 연수원에서는 의전교육과 국악 등 일부 교양과목이 있었지만 형식뿐이었고 주로 실무교육 및 이론강의에 치중해 7일 수료한 21기 연수원생중에서는 6년만에 유급자가 2명이나 나올 정도였다.
연수원생들은 이에 대해 『실무를 익히게 하는 연수원에서 사법시험합격자를 유급시켜 사회진출을 늦추는 것은 납득할수 없는 처사』라며 연수원장등에게 탄원서를 보내 구제를 요청했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연수원의 교과목 변화가 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법조인을 길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사법연수원의 이번 시도가 경직된 법조계의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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