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지식/장기경제성장의 “밑천”/영 이코노미스트지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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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적자본 투자없인 지속성장 한계/무역구조 개선도 「지식」에 눈돌려야
수십년동안 똑같이 대규모투자를 일으켰으면서도 왜 인도는 경제 성장의 성과가 별로 없었고 한국이나 대만은 고성장의 가도를 달려왔을까.
한국과 같은 이른바 「아시아의 용」들이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과거 그나라들의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일까. 다시 말해 아시아의 용들도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장률이 떨어질 것인가.
올해 7%대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면서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을 『7%라면 상당한 고성장이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 틀림없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나아가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적정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과연 어떠한 요소들을 갖추어야 하는가. 우리의 경제 현실에 와닿는 절실한 의문들이다.
최근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전하고 있는 세계 경제학계의 성장이론의 새로운 흐름은 이같은 의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답의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정책 입안자들은 단기간의 경기 변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또 지나치게 집착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패턴에 대해서는 놀랄만큼 모르고 또 둔감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 이를 대응시켜 본다면 86∼88년의 12%대 성장이후 성장의 감속이 나타났을때 「총체적 위기론」이 득세하며 서둘러 부양조치를 취했었으나 91년 1백억달러 적자 예상은 거의 없었고,뒤늦게 적자를 줄이기 위한 성장의 감속정책을 택하고 있는 지금도 5년뒤,10년뒤의 성장패턴을 예견하고 취해지는 정책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장기적인 성장은 자본과 노동의 증가,기술의 발전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변수가 자본과 노동력이라고 설명하는 이론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일 수록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60∼85년사이 세계 1백15개국의 성장 경험은 이같은 이론과는 매우 동떨어진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한국은 그같은 이론이 적용되는 극단적인 보기가 될 수 있으나 기타 수많은 나라들은 가난했으면서 성장률 역시 낮았던 「예외」들인 것이다.
더욱 자세한 이론적 검증은 경제적 논문에서 다룰 일이고,어쨌든 최근 성장이론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학자들의 주장에는 ▲성장의 요소는 자본,단순노동력,인적자본(예컨대 국민의 교육수준등),지식(예컨대 특허출원의 수등)이라거나 ▲후진국을 후진국으로 남게 한 것은 물리적인 자본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교육등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등 한 나라의 총체적인 지식수준을 중시하는 이론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같은 성장이론의 변화를 소개하면서 어느나라든 정부는 단기간의 경기변동에 지나치게 집착,투자나 고용 등에만 신경을 쓰기 쉬우나 교육,연구개발,지적소유권의 보호,지식의 이전을 위한 무역구조의 개혁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상공부에서 만든 내부 토론 자료에는 「산업경쟁력이 경제정책에 의해서만 향상·발전되기에는 경제현상이 복잡·다기화되었기 때문에,교육·행정·사회 정보시스팀·사회문화등 비경제분야의 합리성을 높이지 않고는 경제정책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대목이 보이고 있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을 서구의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다가 더 이상 설명이 되지 않으면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서 그 원인을 찾았던 사례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하고 있는 최근 성장이론의 변화는 교육·지식과 같은 요소가 경제성장의 2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1차적이고도 중요한 결정 요인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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